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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中은 밤 10시까지 뛰는데…韓은 노동특례 공방
기업은 역대급 투자 결정했는데
정치권, 노동특례 놓고 좌고우면
노동부는 노동계 눈치에 미적
연내 한다던 법제화 기약 없어
글로벌 빅테크 초과근무가 일상
정부가 중심 잡고 결단해야
고경봉 편집국 부국장
정치권, 노동특례 놓고 좌고우면
노동부는 노동계 눈치에 미적
연내 한다던 법제화 기약 없어
글로벌 빅테크 초과근무가 일상
정부가 중심 잡고 결단해야
고경봉 편집국 부국장
시작은 이랬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총 896조원 규모의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들여 호남에 반도체 생산공장과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등을, SK그룹은 4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정부는 그에 맞춰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메가특구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7월엔 이 법안에 노동특례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신규 공장을 짓고 대규모 연구개발을 하려면 당장은 업무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지방으로 사람을 보내려면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업에 한해 노동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다. “규제를 풀어놓으면 전국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고, 직원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자 여당은 노동특례를 포함한 법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노동특례를 제외한 법안도 발의했다.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상반된 두 법안을 국회에 던져놓은 것이다. 정부 부처도 의견이 갈렸다. 산업통상부는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특례를 주장했고,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논리로 노동특례에 미온적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근로기준법을 활용하는 의견을 냈다. A, B안에 이어 C안까지 등장했다. 시민단체들과 야당까지 가세해 각자 목소리를 더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돼버렸다.
실타래가 잔뜩 꼬였고 법안은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가 “시기를 특정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기업들에 투자를 요청할 때는 용수, 인력 문제 등 여러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힘이 되겠다”고 일사불란하게 외치더니, 막상 기업들이 도장을 찍고 나자 후속 지원은 “우려 목소리가 있으니 더 생각해보자”며 질질 끄는 형국이다.
이건 정치권에 맡기거나 노사 합의에 마냥 기댈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노동특례를 법제화한 뒤 정치권과 노사를 설득해야 한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특례 적용 대상과 요건, 건강권 보호 및 고용안정 장치를 법률과 하위 법령에 잘 담되, 노동규제 완화의 큰 틀은 유지해야 한다.
메가특구 조성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과 부담을 짊어지는 결정이다.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를 벗어나 새로운 생산기지를 만들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전력·용수 인프라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를 지방에 재배치하고 주거·교육·교통 등 정주 여건도 갖춰야 한다.
신규 공장의 수율이 불안정해지거나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은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큰 리스크를 안은 셈이다. 정부가 노동규제와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은 해결해야 한다.
7월 28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 직후 중국 경제매체 시대주보의 CXMT 르포 기사가 화제가 됐다. 이 기사에서 CXMT 직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초과 근무는 일반화됐다”며 “CXMT R&D 담당 직원들은 밤 9~10시까지 초과 근무가 일상이고 주말에 자진해서 출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지금 중국 기술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 그렇다. 공교롭게 이 보도가 나온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CXMT 상장 공포에 짓눌려 각각 13.39%, 14.65% 폭락했다. 이 공포는 실체가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맞서 우리 산업을 지키고 키울 의지가 있나. 정부가 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