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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CPTPP, 대통령의 시간이 다가온다
10년 넘게 검토·논의만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린든 존슨의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 자리는 왜 존재하는가"
리더는 정치적 손해보다 국익 우선
반대하는 지지층도 설득해야
주용석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대표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린든 존슨의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 자리는 왜 존재하는가"
리더는 정치적 손해보다 국익 우선
반대하는 지지층도 설득해야
주용석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 대표
이 대통령은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안 할 수 없다”며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후년 (가입 신청)한다고 그러면 제 임기 안에는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불가피하다고는 했지만 가입 신청을 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월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가입 논의 착수’를 선언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급물살을 타는 듯했는데 갑자기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농지 전수조사 이후 농민 반발이 커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CPTPP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벌써부터 역대 정부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명박 정부 이후 모든 정부가 CPTPP 또는 그 전신인 TPP 가입을 저울질했지만 농심 이반, 일본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결국 보류했다. 검토·논의만 10년 넘게 한 것이다.
그사이 영국이 회원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중국과 대만이 가입 신청서를 냈다. CPTPP 가입은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회원국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가입하기 더 어려워진다.
CPTPP는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한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한국이 FTA를 맺지 않은 일본, 멕시코가 포함돼 가입 시 추가 시장 개방 효과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져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졌다.
가입을 늦출수록 우리에겐 손해다. 정부 합동 분석 결과 CPTPP에 가입하면 발효 10년 뒤 한국의 실질 GDP는 미가입 때보다 0.38%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발효 후 15년간 국내 제조업 생산 파급효과는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농업·어업·임업 생산은 연평균 8500억원가량 감소한다.
단순히 이익을 더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연구원 분석을 보면 CPTPP 발효 이후 한국 수출품 절반가량이 회원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타격이 컸다. CPTPP 가입은 ‘추가 이익’ 문제가 아니라 역내 시장에서 ‘생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산업연구원은 결론지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CPTPP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물론 개방으로 피해 보는 국민을 보호하는 건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다. 피해 구제와 농어민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수다. 그래도 끝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결국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믿는다.
걱정되는 건 보류 기간이 기약 없이 늘어지며 CPTPP 가입이 또다시 유야무야되는 일이다. CPTPP 같은 대형 무역협정은 대통령 아젠다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에도 한·미 FTA를 성사시켰다. 집값 상승과 연금 개혁,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에 한·미 FTA까지 겹치며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당시 통상 무대에서 “FTA의 F자도 모른다”는 비아냥을 듣던 한국은 FTA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오늘날 ‘수출 4강’ 기틀도 그때 닦였다.
1963년 케네디 암살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은 흑인 차별을 없애는 민권법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지층인 남부 백인과 당내 의원의 반발을 이유로 참모진에서는 만류하는 의견이 많았다. 존슨이 되물었다. “그렇다면 대체 대통령이란 자리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가(What the hell is the presidency for?).” 당장의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더 큰 국익을 택하는 것, 대통령은 바로 그런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