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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4000억원대 항체 치료제 생산을 맡겼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경쟁하는 셀트리온과 삼성 간 첫 대규모 생산 협력이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빠르게 늘어나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 항체의약품 생산 5년간 협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일 ‘글로벌 제약사와 3억2480만달러(약 4343억원) 규모의 의약품 수탁생산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 2일부터 2031년 말까지다.

거래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이오업계에선 주문을 낸 주체로 셀트리온을 지목했다.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자체 생산능력을 웃도는 항체의약품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큰 거래가 없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처음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단독] '의약품 맞수'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손잡았다
국내 최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업체인 셀트리온은 최근 글로벌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1조57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1% 급증했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옴리클로’(오말리주맙)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320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99억원)보다 542.3% 증가했다. 대표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는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시장을 포함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7104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이번 계약은 늘어나는 바이오시밀러 수요에 대응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자체 생산시설 확충과 외부 위탁생산 활용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해 송도캠퍼스 25만L와 미국 공장 6만6000L 등 총 31만6000L의 원료의약품 생산용량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증설 투자를 지속해 2031년까지 원료의약품 생산을 100% 내재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호황기인 데다 역대급 실적을 내는 만큼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해주는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런 조건을 충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CDMO 전문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용량은 84만5000L로 셀트리온의 세 배에 가깝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자회사 관계 해소도 이번 계약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을 벌이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으나 지난해 11월 인적분할을 거쳐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리로 직접적인 경쟁자라는 인식이 약해졌다”며 “일반적으로 해외 위탁생산이 국내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장기 협력 확대 주목

일부 전문가는 이번 계약이 국내 시가총액 1, 2위 바이오기업 간 협력 확대의 발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의약품의 글로벌 공급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역량으로 뒷받침하는 분업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셀트리온은 CDMO 전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하기보다 협력할 여지가 있다”며 “해외 사업에서 두 회사가 협력하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거래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양병훈/최지희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