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무총리가 행정부 수반?
“착각마세요. 대통령은 국가원수입니다. 행정부 장은 국무총리, 사법부 장은 대법원장, 입법부 장은 국회의장이지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을 달군 서영교 위원장의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것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보좌기구’일 뿐이라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해 각부를 통할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의전 총리’ ‘방탄 총리’ 속출도 이 같은 모호하고 제한적인 헌법상 지위 탓이다. 행정부 수반은 두말할 필요 없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인 동시에 정부 수반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이런 정도는 장삼이사도 알 만한 헌법 조항이다. 그런데 법사위원장은 왜 상식을 뒤틀었을까. 거친 공방이 난무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심코 뱉은 말로 치부하고 싶지만 발언 정황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공부 좀 하고 무지하게 그러지 말라”며 5분여 동안 법원 간부들에게 강의하듯 했다.

‘국가원수와 맞먹으려고 하지 말라’는 인식도 놀랍다. 대통령 권력의 절대성과 그 결정의 무결성을 주장하는 듯하다. 권력의 실질인 ‘법’ 집행을 관장하는 정부 수반의 힘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은 행정권에 가장 많은 견제·감시조항을 두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절대권력이 있다면 헌법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채택한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공화주의는 견제·균형의 원리로 작동한다.

‘대환장 법사위’를 만들어버린 서영교식 낯선 권력관은 여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목격된다. 선출직이 임명직보다 우월하다는 ‘권력 서열론’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동시 구현을 위해 헌법은 공직자 임용 방식을 달리할 뿐이다. 민의 수렴이 중요한 곳은 선출직, 중립성·전문성·독립성이 필요한 자리는 임명직으로 구성한다.

사법권은 권력 원천인 국민이 위임한 권리이자 가치다. “사법이 입법과 행정에서 독립되지 않으면 진정한 개인의 자유는 없을 것이다.” 3권 분립을 주창한 몽테스키외의 주저 <법의 정신>의 한 구절이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