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도시 복제
브라질 최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중심가인 아베니다리우브랑코의 옛 이름은 아베니다센트럴이다. 20세기 초 ‘브라질의 벨에포크’를 주도하며 거리를 조성한 페레이라 파소스 시장은 프랑스 파리를 모델로 삼은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1905년 건설된 길이 1800m, 폭 33m의 중앙대로(그랑불바르)를 중심으로 프랑스 제2제정 시대에 유행한 오스망 양식 건물이 줄지어 들어섰다.

‘제2의 파리’를 꿈꾼 것은 리우데자네이루만이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조르주 오스망 남작이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화려한 거리를 조성하고 광장과 정원, 웅장한 저택이 가득한 모습으로 개조한 파리는 유럽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유럽 주요 도시는 물론 워싱턴DC와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노이 등에 파리를 복제한 거리가 조성됐다.

닮고 싶은 모델이 된 도시에는 당대의 ‘시대정신’이 배어 있다. “사방을 9리로 하고 네 면에 각각 세 개의 문을 둔다. 성안은 가로세로 각 아홉 개 도로로 나뉘며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 앞에 조정, 뒤에 시장을 둔다”는 <주례(周禮)>의 이상은 당나라 장안에서 현실로 구현됐다. 남북 방향의 주작대로와 격자형 구획을 특징으로 하는 장안의 도시 시스템은 신라 서라벌과 발해 상경, 일본 헤이안쿄·헤이조쿄에 그대로 이식됐다.

세계 도시의 모습이 닮아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팀이 지난해 1500여 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도로와 건물 등이 배치되는 방식이 138개 유형으로 압축됐다. 비슷한 인테리어에 맥도날드, 유니클로 같은 유명 브랜드 간판으로 뒤덮인 까닭에 서울과 코펜하겐, 토론토 거리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도시의 개성이 사라지는 이유로는 소비자의 욕망에 맞춰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도시 공간을 재구성한 점이 꼽힌다. 평등사회를 꿈꾼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속 도시들은 직선으로 된 거리에 똑같은 모습의 집이 반복된 까닭에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 소설의 한 장면처럼 도시 간 구분을 없앤 오늘날 ‘시장의 힘’에서 현대의 시대정신을 읽어 본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