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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스크린쿼터 딜레마
지난 추석 연휴에 이어 개천절 연휴까지 국내 극장가에 다양한 신작이 잇달았지만 용아맥에는 여전히 오디세이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매진에 가까운 관람 수요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용아맥에서는 곧 오디세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극장은 스크린(상영관)마다 연간 최소 73일을 한국 영화에 배정해야 한다. 용아맥은 현재 한국 영화로 38일을 더 채워야 해서 연말 대작 상영 등을 위해선 곧 오디세이를 내려야 한다.
스크린쿼터는 할리우드 대작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영화에 최소한의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취지에서 필요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상영 의무를 극장 전체가 아니라 개별 스크린에 부과하다 보니 가끔 난감한 일도 생긴다. 아이맥스용 한국 영화가 없으면 일반 영화로라도 날짜를 채워야 해서다. 지난해 말 한국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이 용아맥에 오래 걸린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국내 영화업계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최근 석 달간 CGV 판교점, 롯데시네마 합정점, 메가박스 신촌점 등 6개 멀티플렉스 지점이 폐관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멀티플렉스업계에선 스크린쿼터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처럼 흥행작이 나와 숨통이 트이나 싶다가도 특수관마저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헤아려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우리 영화의 자리를 지키는 일과 극장 및 관객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이 꼭 부딪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의무상영 단위를 개별 스크린에서 극장으로 넓히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한국 영화의 상영 기회는 보장하면서 특수관은 각각의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에 만족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면 한국 영화에도 나쁠 게 없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