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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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전산시스템과 내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실종신고를 종결한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일선 경찰관이 상급자의 결재 없이 실종사건을 단독으로 종결할 수 있는 등 허술한 실종사건 관리체계도 드러났다.

18일 제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대성)는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경찰관 A씨(34)를 공전자기록등위작·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실종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종자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마치 직접 연락한 것처럼 전산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실종사건을 종결하지 않을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동료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인 실종자는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판단해 별다른 소재 파악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급자 결재 없이도 실종사건 종결

검찰 수사에서는 실종사건 처리 과정의 관리 부실도 확인됐다. A씨의 범행은 모두 혼자 야간 당직근무를 하던 중 발생했지만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담당 경찰관이 종결 사유를 '변사'나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하면 해당 내용이 시스템에서 곧바로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은 사건이 접수됐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의 범죄 연관성을 판단하는 '합동심의'도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실종자를 신고 접수 후 12시간 안에 발견하지 못하면 형사과장 주관으로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체대화방에 112 신고사건처리표를 공유하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 세 차례 찾아서야 수색…다음날 숨진 채 발견

부실한 대응은 실종자 가족이 직접 소재 파악을 요청한 뒤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실종된 68세 남성의 가족은 신고 당일 A씨로부터 "실종자와 연락했는데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같은 달 27일과 지난달 6일 경찰서를 찾아 소재 파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단순 상담으로 처리했다. 지난달 21일 가족이 다시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수색이 시작됐고, 실종자는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A씨를 입건한 뒤 같은 달 25일 구속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A씨의 휴대전화를 재포렌식하는 등 보완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내부 보고서까지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을 추가했다.

검찰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소유지와 함께 제도상 문제점을 계속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