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에 임대 딱지 > 해운대 등 주요 상권으로의 관광객 쏠림 현상으로 부산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 일대 상권.  /민건태 기자
< 곳곳에 임대 딱지 > 해운대 등 주요 상권으로의 관광객 쏠림 현상으로 부산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 일대 상권. /민건태 기자
16일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 상권은 점심시간 무렵에도 거리가 한산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의 한 상가는 코로나19 이전 권리금이 3억원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1·2층이 동시에 공실인 상태로 수개월 동안 방치되고 있다. 인근 한 상인은 “주변 상가의 공실이 늘면서 권리금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최근 들어 사업이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가 가파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 충격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을 꾸린 중장년층이 많은 자영업자 특성상 이들의 몰락이 가계 경제 한파로 이어질 수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개인사업자 연체율

이날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는 지난 5월 80.5에서 8월 70.1로 감소했다. 지역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 역시 같은 기간 60.7에서 58.3으로 떨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경기 좋음’을 의미하는 100을 향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지표가 올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며 “특히 하반기의 감소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은행의 올 상반기 무수익여신(이자를 갚지 못하는 대출) 규모는 6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다. 2021년 0.24% 수준에 불과했던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0.96%까지 치솟았다.

◇상권 활성화 예산 투입도 ‘무용지물’

수십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도 상권 몰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부산시, 부산 남구는 지난해부터 매년 50억원을 투입해 경성대·부경대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기준 전체 418개 상가 중 127곳이 빈 점포다. 양선명 유엔남구대학로자율상권조합 이사장은 “한때 100억원의 가치를 가졌던 인근 상가는 최근 33억원에도 팔리지 않는 등 인근 상권 전체의 가치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400만 명에 육박하는 부산 방문 외국인은 해운대와 광안리 등 주요 상권으로 집중돼 자영업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남지방데이터청에 따르면 부산의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8월 44만6000명에서 지난달 45만9000명으로 1만3000명 늘었다. 2023년(8월 기준) 34만2000명이었던 자영업자 수는 지난 8월 29만4000명으로 줄었다.

◇부산시, 지역 은행과 소상공인 지원

부산시의회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부산시의 민생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전체 11개 사업 1467억원으로 배정된 ‘민생 100일 프로젝트’ 사업은 972억원 규모로 추진될 전망이다.

부산시의회의 민생 예산 삭감으로 부산시는 재정 지출 대신 부산은행과 부산신용보증기금과의 연대 강화에 나섰다. 시는 연 1%대의 저리 대출 및 고금리 대환대출 1조2000억원을 소상공인을 위해 쓸 예정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