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판에서 오 시장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 씨와 명씨가 2021년 3월 6일과 3월 13일에 나눈 통화 내용 일부가 재생됐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명씨에게 “어떻게든지 (오 시장에 대한) 프로테이지(여론 지지율) 잘 나오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결과도 그렇게 안 되고 생색낼 것도 없다”고 항의했다.

김씨가 명씨에게 “내가 진짜 이 양반(오 시장) 돕고 싶어서 일을 했잖아” 등의 발언을 하는 대목도 나온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김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고 보고 오 시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김씨와 명씨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김씨가 오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어주겠다는 명씨의 말을 믿고, 오 시장의 지시나 요청 없이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점이 드러난다는 게 오 시장 측 주장이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씨가 김씨에게 “난 형님이랑 오 시장 관계 몰랐으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김씨를 ‘자금 댈 사람’으로 소개해줬다는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배치되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씨가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십원짜리 한번 받았냐”고 말하는 부분도 녹음파일에 담겼다. 김씨는 지난 7월 1심 선고 이후 제주도 별장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발견해 이번 녹음파일 3개를 재판부에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김씨가 오 시장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별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측 (증거) 제출은 폭넓게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일 오 시장의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