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글로벌 - AI 기업의 ESG
미국 버지니아주 올디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사진=블룸버그
미국 버지니아주 올디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사진=블룸버그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속가능성(ESG)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아직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고 넷제로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발간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일부 AI 스타트업은 기업가치가 1조 달러(1400조 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업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 데 비해 기후정보 공시 수준은 빅테크 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AI 기업들이 기후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 스페이스XAI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 이들이 아직 상장기업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정보 공개 필요성이 제기된다. AI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환경청렴프로젝트(EIP)는 미국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 건설되는 가스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 해도 호주 전체의 배출량과 맞먹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오아니스 이오아누 런던비즈니스스쿨 부교수는 AI 기업들이 배출량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규모의 환경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I 몸집 커졌지만 기후 공시는 ‘공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행보에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석유·가스 기업인 엑손모빌조차 수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과거 IPO에 나선 기업들도 환경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차량호출업체 리프트는 2019년 상장 전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고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했다.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창업자도 2021년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에서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회사를 설립한 계기였다고 밝혔다.

테슬라도 2010년 상장 당시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유도하는 규제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휘발유 차량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도 배기가스가 없는 차량을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청정에너지 인센티브도 활용했다.

하지만 올해 스페이스X의 IPO 과정에서는 환경 관련 사안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AI는 IPO를 앞두고 데이터센터에 가스터빈을 반입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기후정책이 후퇴한 흐름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기업들의 기후 대응도 약화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변화가 심각한 재무적 위험을 초래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도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각지에서도 공화당 정치권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월가 금융회사들도 넷제로 은행연합(NZBA)에서 잇따라 탈퇴했고, 결국 해당 연합은 운영을 중단했다.

ESG 투자 퇴조, 기관투자자 압박도 약해져
몸값 1조 달러 AI 기업들 ESG 공시는 ‘깜깜이’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도 크게 달라졌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ESG 또는 환경을 주제로 한 펀드에는 2021년 4850억 달러(678조 원)가 유입됐지만 2025년에는 820억 달러(114조 원)가 빠져나갔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에 자문하는 미국 로펌 관계자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기업에 가하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물러났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AI가 미국 멤피스 지역에서 운영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콜로서스’는 가스터빈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현재 청정대기 관련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앤트로픽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콜로서스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거센 비판이 제기됐지만 스페이스X의 IPO에는 별다른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IPO 과정에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환경 관련 정보가 거의 담기지 않았다. 회사는 이후 신고서를 수정해 물 부족이 사업에 미칠 위험을 추가했지만 배출량과 지속가능성, 투자자에게 중요할 수 있는 다른 기후위험은 다루지 않았다. 토드 코트 예일대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대차대조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위험을 굳이 이야기할 의무가 없고 주주들도 묻지 않는다면 기업이 그것을 이야기할 유인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AI 기업 공시 앞두고 ‘기준’ 불명확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테레사에 건설 중인 ‘프로젝트 주피터’ 데이터센터. 오라클과 오픈AI 등 주요 기술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테레사에 건설 중인 ‘프로젝트 주피터’ 데이터센터. 오라클과 오픈AI 등 주요 기술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하지만 AI 기업들이 기후정보 공개를 계속 미루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공시법(SB253)이 오는 1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업하는 연매출 10억 달러(1조4000억 원) 이상 기업은 스코프1·2(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 밖에서 이뤄지는 기업 활동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은 탄소회계·배출량 공시 플랫폼인 워터셰드와 협력해 전사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관련 규제에 대비하고 있다. 오픈AI도 캘리포니아주의 공시 시한을 앞두고 데이터센터 파트너들과 관련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지속가능성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게이트 커뮤니티 계획을 통해 물 사용을 줄이고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는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AI 인프라를 개발·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규제 시행에 대비해 관련 인력도 늘리고 있다. 앤트로픽은 세일즈포스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지속가능성과 비재무정보 보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프라·에너지 회계 담당 이사 채용 공고도 냈다. 오픈AI 역시 링크드인에 ESG 보고·운영 책임자와 청정에너지 및 환경 분야 책임자를 모집하는 채용 공고를 올렸다.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7월 29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7월 29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문제는 배출량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LLM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어떤 기업에 얼마만큼 배분할지, AI용 하드웨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를 어떻게 계산할지 등에 대해 널리 합의된 방식이 없다. 마우라 호지 KPMG 미국법인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이러한 배출량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 시행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도 구체적인 보고 절차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전체 배출량 가운데 상당 부분의 공시를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두 기업은 MS와 아마존, 스페이스X 등 다른 기업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빌려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스코프 3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스코프 3 공시 의무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도 단계적으로 시행돼 2029년에는 이들 기업에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유럽과 캘리포니아 모두 당초 시행 시기가 연기된 데다 추가 연기나 규제 후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CSRD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시행 일정도 늦췄다.
몸값 1조 달러 AI 기업들 ESG 공시는 ‘깜깜이’
미국에서도 기업 단체들이 캘리포니아주 기후공시법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여왔다. 다른 국가들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마련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공시 기준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국가는 이를 자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AI 기후정보 공백, 사용 기업까지 번진다

기후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지속가능투자회사 트릴리엄자산운용은 오픈AI와 앤로픽이 자사의 투자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트릴리엄에 따르면 최근 빅테크 주주 가운데 약 4분의 1이 기업의 기후정보 공시 강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했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니아임팩트캐피털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크리스틴 헐은 유럽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자들과 달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질문을 줄이지 않았으며 관련 요구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AI 기업의 환경정보 부족은 AI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AI 사용에 따른 환경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샤 루치오니 지속가능한AI그룹 공동설립자 겸 최고과학책임자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AI 사용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AI를 선택하려는 기업이 많지만 정작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지속가능한AI그룹은 주요 AI 모델의 탄소집약도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모델은 외부에서 내부 구조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는 ‘블랙박스’여서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 등을 토대로 추정치와 대리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6월 AI 업계에 에너지와 물, 토지 사용량을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AI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려면 현재 어떤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헐 CIO도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려면 투자자들이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 투자자들은 현재의 정치적 환경과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오히려 물러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리비아 라이몬드·서머 맥스웰 블룸버그 기자
편집 이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