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 ESG 법정공시 속도 낸다 ④ ESG 공시 로드맵의 성패는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사진=한경DB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 사진=한경DB
금융위원회가 7월 8일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로드맵을 확정했다. 2021년 처음 의무화 방향이 제시된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이번 확정안은 지난 2월 초안보다 전향적이다. 최초 적용 기준이 연결자산 30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낮아졌고, 적용 첫해부터 법정공시로 시행된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격상되는 셈이다. 정부가 국제 동향과 공시 여건의 성숙을 기다리는 신중한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 여건을 적극 조성하는 ‘이끌어 나가는 전략’으로 바꾼 결과다.

기후위험은 더 이상 먼 미래의 환경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가격, 탄소비용, 공급망 재편, 수출 규제, 자산 손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실의 위험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무공시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자본비용과 채무불이행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공시 의무화가 곧바로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수집, 시스템 구축, 내부통제, 외부 인증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상 편익보다 준수 비용이 크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단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정보의 신뢰성과 활용도,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교한 시행령과 세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첫해 제외 가능한 소규모 종속회사의 범위, 기후 관련 재무영향의 산정 방법, 예측·추정 정보의 면책 요건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고의적 그린워싱에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고의’와 ‘합리적 근거’의 판단 기준도 필요하다.

둘째, 기업의 준비 과정에서 생기는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 물리적 기후위험 산정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제한된 정보로도 스코프3(가치사슬) 배출량을 추정할 수 있도록 업종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통상 6~7월 공개되던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 제출 시기인 3월 말까지 공시하려면 국내외 종속회사의 연결 정보 수집 과정에서 발생할 제약도 점검해야 한다.

셋째, 투자자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는 기업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공시할지에 집중됐다. 그러나 투자자의 활용도가 낮다면 제도 도입의 편익은 제한적이다. 금융기관의 ESG 정보 활용도와 투자분석 반영률을 매년 조사·공개하고, 활용도가 낮은 정보는 부담을 줄이는 한편 투자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는 품질과 비교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SG 공시의 목적은 보고서 한 권을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기후위험과 기회를 식별해 투자, 공급망, 연구개발, 사업전략에 반영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투자자와 금융기관도 이를 투자와 여신, 기업과의 대화에 활용해야 한다. 활용되지 않는 공시는 비용이고, 경영 의사결정을 바꾸는 공시는 자산이다. 이번 로드맵이 신뢰할 수 있고 비교 가능하며 실제로 활용되는 공시 생태계로 이어질 때, ESG 공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혁신의 인프라가 될 것이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