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미의 '다윗' C-390
세계 군용 수송기의 대명사는 1950년대 첫 비행을 한 미국 록히드마틴의 C-130 허큘리스다. 세계 각국이 병력과 장비를 나르는 표준 수송기로 채택하면서 시장의 골리앗으로 군림해왔다. 여기에 브라질 항공업체 엠브라에르가 내놓은 도전장이 C-390 밀레니엄이다.

브라질에서 2019년 실전 배치된 C-390의 강력한 무기는 압도적인 가성비와 최신 기술이다. C-130의 프로펠러(터보프롭) 엔진 대신 쌍발 터보팬 제트 엔진을 장착해 최고 속도 시속 870㎞(마하 0.8)에 적재량 26t의 능력을 갖췄다. 빠른 속도와 높은 가동률, 적은 운용비는 현대 군사 물류와 재난 구호 현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했다. 차세대 중형 수송기를 찾던 유럽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포르투갈과 헝가리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줄줄이 C-390을 선택했다.

엠브라에르는 150석 이하 상업용 제트기 시장의 강자로, 각종 항공기 9000대 이상을 100여 개국에 공급했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대형기에 집중한 사이 지역항공기와 비즈니스제트에서 축적한 기술력은 군용기 개발로 이어졌다. 항공업계가 보잉, 록히드마틴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는 엠브라에르를 ‘다윗’에 비유하는 이유다.

한국 공군도 2023년 총사업비 71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C-390을 선택했다.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C-390의 글로벌 부품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절충교역 조건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련한 한국산 부품의 가치만 약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력 강화와 수출 판로 개척이라는 ‘실리’를 제대로 챙긴 셈이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 내리자마자 대기 중이던 C-390 내부를 둘러봤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과의 국방 협력의 첫 시작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1호기 인도를 시작으로 3대가 도입될 C-390이 양국 간 경제와 안보 연대를 다지는 실리 외교의 매개가 되고 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