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업 승계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수성가한 기업가의 자식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전통 토지귀족의 가치관을 거의 그대로 흡수했다. 토머스 칼라일과 찰스 디킨스로 대표되는 반(反)산업주의 정서는 기업가 자식들에게도 유행처럼 번졌다. 2세 경영자들은 혁신과 이윤 추구보다 여가를 즐기는 지주 문화에 매료됐다. 젊은 기업가 중에는 공장을 물려받길 꺼리고 교외 생활을 동경한 부류가 적지 않았다. 이즈음 영국의 전성기도 저물었다.

선대의 맥을 잇는 ‘승계’는 오랫동안 모든 인류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기독교 성경에 ‘아담은 셋을 낳고, 셋은 에노스를 낳고, 에노스는 게난을 낳는’ 식의 계보학적인 내용이 가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역사 교육이라고 하면 ‘태정태세문단세~’와 같은 통치자 명단을 순서대로 외우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백년전쟁’과 ‘장미전쟁’ ‘왕자의 난’은 모두 승계를 다투다가 벌어진 일이다.

승계에 대한 열망은 사회가 선진화하면서 강도가 옅어졌다. 풍요를 맛본 세대는 부모처럼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기를 꺼렸다.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는 이런 현상을 증폭시켰다. 미국과 일본 산업현장에선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 출생)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하면서 ‘후계자 대란’이 빚어졌다.

정부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을 줄이는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가칭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시 양도소득세 특례’를 마련해 중소기업 최대주주가 회사를 임직원이나 다른 기업, 사모펀드(PEF)와 같은 제3자에 넘길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제도가 안착하면 중소기업 매각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의 중소기업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236만 개나 된다. 이 중 67만5000곳(28.6%)은 아직 후계자를 구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이 생명을 이어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회를 허비해선 안 된다.

김동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