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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메이드 바이 휴먼
AI는 순식간에 글을 쓰고 그림과 음악, 영상을 만든다. 인터넷상에는 그럴듯하지만 비슷비슷한 AI 생성물이 넘쳐난다. 이른바 ‘AI 슬롭(slop·질 낮은 콘텐츠)’이다. 미국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은 최근 게시물에 AI가 사용됐는지를 검사하는 탐지 도구를 도입했다. 앞서 미국작가조합은 사람이 썼다는 의미로 ‘인간 작가(human authored)’ 로고를 도입했다. ‘AI에 의한 것이 아닌(not by AI)’과 같은 표시 문구도 등장했다.
유기농 식품이 재배 방식에 가치를 두는 것처럼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간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완벽한 제품보다는 사람의 경험과 감정, 개성을 더 귀한 가치로 평가하는 ‘메이드 바이 휴먼’ 운동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100% 인간 제작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의문은 남는다. 사람이 컴퓨터로 글을 쓰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순간 이미 수많은 기술의 도움을 받게 된다. AI를 통해 일부 자료를 찾거나 초안을 다듬었다면 인간 창작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닐까. 어디까지가 인간의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AI 창작인지의 구분도 모호하다. AI 사용 여부를 판별하는 일도 완벽할 수 없다. 대안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했고 무엇을 수정했는지 제작 이력을 남기는 ‘콘텐츠 원산지 증명’ 기술 등이 연구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AI를 원천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100% 순결성은 아닐 것이다. 기술을 이용하되 생각과 판단까지는 의존하지 않는 것, 편리함 속에서도 인간의 감성과 철학을 지켜나가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메이드 바이 휴먼’은 AI를 거부하는 표어라기보다는 기술과 공존하며 휴머니티를 지키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