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천자칼럼] 테스토스테론과 군대
200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초식남, 육식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리의 테토남 에겐녀가 MBTI를 잇는 나와 상대의 정체성 구분법이라면,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등장한 초식남은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달라진 사회 구조를 반영한 단어라서다. 연애와 결혼을 기피하는 초식남의 확산은 저출생과 맞물리며 큰 사회 문제로 인식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청년들의 이성 접촉 기피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실제로 대졸 취업률이 98%인 요즘은 초식남 용어 사용이 뜸해졌다.
테스토스테론은 라틴어 ‘testis(고환)’와 ‘sterol(스테로이드 알코올)’의 합성어로 남성을 남성답게 한다는 성호르몬이다. 여성에게도 소량 분비되긴 하지만 근육 증대, 골밀도 증가 등에 관여해 남성에게는 필수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이후부터는 매년 1%씩 자연 감소된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각료와 30세 이상 미군 장병에게 매년 남성 호르몬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수치가 낮으면 테스토스테론 투입 요법(TRT)도 시행할 방침이다. “장병의 지속적인 투쟁에 필요한 생물학적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게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설명이다.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도 자신의 노화 방지 비결이 TRT라고 거들었다.
가뜩이나 테스토스테론 결핍 진단도 없이 TRT를 받는 사람이 급증해 과잉 치료가 우려되는 미국이다. 젊음을 되찾겠다는 욕망 앞에서 심장 부담 증가 등 부작용 경고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까지 팔을 걷었으니 아예 빗장을 여는 셈이다. 미국 정부와 미군을 상대해야 하는 나라들도 긴장감을 더 높여야 할 듯하다.
김정태 수석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