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LG에너지솔루션
전동욱 LG에너지솔루션 해외대외협력·ESG 담당 상무. 사진=서범세 기자
전동욱 LG에너지솔루션 해외대외협력·ESG 담당 상무. 사진=서범세 기자
배터리업계가 사업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배터리가 에너지·녹색 전환의 주요 인프라로 부상하면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연계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동시에 가격과 성능이 중심이던 경쟁 구도도 제품 탄소발자국, 원재료 출처, 책임광물, 재활용 원료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G 전략을 총괄하는 전동욱 글로벌대외협력·ESG 담당 상무는 최근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배터리 시장을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조정과 중장기적인 성장축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 국면”으로 진단했다. 배터리의 역할이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ESG 경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전 상무와의 일문일답.

- 현재 배터리 산업을 어떻게 진단하나.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조정되고 있지만 전동화 전환이라는 구조적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배터리 수요가 에너지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회사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장 변동성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전기차와 ESS, AI 전력 인프라를 아우르는 성장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원재료 확보를 위한 투자와 클로즈드 루프(폐쇄형 순환) 기반의 재활용 체계 구축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여가고 있습니다.”

- 배터리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는 의미는.

“배터리의 역할은 전기차 부품을 넘어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ESS는 과거 비상용 백업 전원에 가까웠지만 앞으로는 전력 거래와 최대 수요 전력(피크 전력) 저감, 계통 안정화까지 수행하는 전력 인프라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뿐 아니라 운영 효율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SS의 가장 큰 특징은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보완한다는 점입니다. 수요가 적을 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에 공급하면 출력제어를 줄이고 피크 시간대의 화석연료 발전을 일부 대체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는 ESS가 2024년 8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 부문의 천연가스 수요 약 6%를 대체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국내에서 배터리가 에너지 전환에 활용되는 사례가 있나.

“LG에너지솔루션이 참여해 제주도에 구축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가 대표적입니다. 제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봄철과 낮 시간대에 태양광·풍력 출력제어가 반복돼 왔습니다. 이에 대응해 한림, 북촌, 안덕 등에 장주기 BESS가 도입됐습니다. 남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한 뒤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 방전하는 방식으로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탄소 감축과 전력 효율화라는 두 축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경제성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AI데이터센터 확산도 ESS 수요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고 대도시권이나 산업 밀집지역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송전망과 변전설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1~3년 안에 건설할 수 있지만 송전망 확충에는 5~15년이 걸릴 수 있어 전력망 접속 지연이 병목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ESS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의 부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함으로써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ESS 사업이 배터리 공급을 넘어 에너지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제로 서비스형 에너지(EaaS)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력망 내 재생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고, 가상발전소(VPP) 운영자로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완화하며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등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호남권 전력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한 배전망 ESS 구축 지원 사업에서는 운영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산업 고객은 에너지 비용 절감과 공급 안정성, 탄소중립 목표, 전력시장 활용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SS의 역할도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에서 에너지 운영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로 넓어질 것으로 봅니다.”

- ESS를 결합한 재생에너지는 발전비용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에 ESS를 추가하면 배터리 투자비와 충·방전 손실 때문에 발전비용이 올라갑니다. 다만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2026년 균등화발전비용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한 발전비용이 석탄발전보다 낮고 신규 가스발전과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는 반면 화력발전소 건설비는 상승해 비용 격차가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따라 ESS 시장은 어느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세 배 확대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저장설비는 약 여섯 배, 배터리 기반 저장설비는 약 14배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수요는 신규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처음부터 ESS를 함께 설치하는 방식과 기존 발전소에 배터리를 추가하는 개조 수요로 나뉩니다. 발전사업자는 가격이 낮거나 출력제어로 버려질 수 있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가격이 높은 시간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계통 변동성이 커지면 ESS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ESG 규제는 무엇인가.

“유럽연합(EU) 배터리 규제입니다. 탄소발자국과 재활용 원료 비율, 공급망 실사,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적용을 단계적으로 요구합니다. 이에 고객들은 제품 탄소발자국과 원재료 출처, 책임광물, 재활용 원료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규제기관도 공급망 실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합니다.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공급망 실사지침), 강제노동금지규정을 통한 공급망 전반의 환경·인권 위험을 식별하고 대응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전동욱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대외협력·ESG 담당 상무. 사진=서범세 기자
전동욱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대외협력·ESG 담당 상무. 사진=서범세 기자
- 계약 과정에서 ESG 요소가 실제로 영향을 미치나.

“고객사와의 톱매니지먼트 미팅(TMM)에서도 규제 준수와 지속가능성 기준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격과 성능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탄소배출량과 공급망 관리, 규제 대응 역량까지 함께 평가합니다. 이러한 평가 결과가 향후 수주 여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배터리연합(GBA)의 배터리 여권 시범사업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배터리 규제관리(BRM)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고객사가 유럽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때 필요한 규제 대응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특히 중요한 ESG 요소는 무엇인가.

“결국 탄소와 원산지, 인권, 책임광물 관련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추적·검증할 수 있는지가 시장 진입과 고객사의 공급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제품 탄소발자국은 원가와 품질에 더해 주요 제품 평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EU 배터리 규제는 전기차 배터리와 2킬로와트시(kWh)를 초과하는 산업용 배터리에 대해 제조공장별·모델별 탄소발자국을 kgCO₂e/kWh 기준으로 산정해 공개하도록 요구합니다. 이에 회사는 환경전과정평가(LCA, 전생애주기평가)와 환경성적표지(EPD), 제품 탄소발자국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협력회사에는 탄소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저탄소 원재료 조달과 공정 효율화, 재생에너지 전환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 탄소발자국 관리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환도 중요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재생전력 전환율은 56%였습니다. 2030년까지 신규 사업장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창 에너지플랜트1은 2025년 책임있는비즈니스연합(RBA)의 사업장 평가에서 노동·인권, 안전, 환경, 윤리, 공급망 등 5개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했습니다.”

- 핵심광물 공급망은 어떻게 관리하나.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흑연은 특정 지역과 일부 가공·정제 기업에 공급이 집중돼 있습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수출통제, 무역규제 변화에 따라 가격과 물량이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망을 얼마나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지, 대체 조달처를 확보했는지, 협력사의 인권·환경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는 협력회사 행동규범과 책임광물 관리, 제련소 인증, 공급망 추적·실사 체계를 운영하고 협력사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정보는 배터리 여권과 제품 탄소발자국에 연결됩니다. 구매가격뿐 아니라 규제 대응과 조달 안정성, 고객 실사 대응을 포함한 총비용 관점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경제성이 있나.

“현재는 사용 후 배터리 회수 물량과 원재료 가격, 기술 효율, 지역별 규제에 따라 경제성이 다릅니다. 다만 전기차와 ESS 보급이 늘어나면 회수와 진단, 재사용, 핵심광물 추출, 생산 재투입으로 이어지는 자원순환 공급망의 가치가 커질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도요타통상과 합작법인 GMBI를 설립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연간 최대 1만3500톤의 배터리 생산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금속 재활용기업 데리시부르그와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북부 발두아즈 지역 공장은 완전 가동 시 연간 2만 톤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와 제조 스크랩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활용을 단기적인 원가절감 수단으로만 보기보다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 지역화, 규제 대응을 위한 장기 경쟁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

“2021년 RE100과 EV100(2030년까지 기업 이용 차량 중 3.5t 이하 100%, 3.5~7.5t 50%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캠페인)에 가입했고,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증가를 고려한 감축이 아니라 총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절대 감축 방식입니다. 2030년에는 전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에는 사업장의 직접배출과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인 스코프 1·2 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2050년에는 공급망과 제품 사용, 폐기 등을 포함한 전 가치사슬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장 내 태양광과 직접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녹색요금제를 사업장 여건에 맞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산공정 효율화와 전동화, 저탄소·무탄소 연료 전환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만으로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제품 포트폴리오와 원가, 공급망, 안전성에 더해 ESS 운영과 에너지 서비스, 탄소·원재료 데이터 관리 능력이 함께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과거 배터리가 이동수단의 부품이었다면 전기화와 AI, 탄소중립 시대에는 전력망과 산업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기술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와 ESS, 자원순환, 에너지 운영을 연결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