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삼성SDS
삼성SDS 잠실캠퍼스. 사진=한경DB
삼성SDS 잠실캠퍼스. 사진=한경DB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기업 데이터 관리 체계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빨라지는 데다 국제회계기준에서도 기후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ESG 공시에도 재무보고에 준하는 데이터 관리와 내부통제 수준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SDS가 7월 ESG 공시 대응 플랫폼을 선보인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경ESG>와 최근 만난 한미정 삼성SDS ESG기획그룹장과 이동기 삼성SDS ESG컨설팅그룹장은 플랫폼 출시 배경을 설명하며 ESG 공시 대응의 핵심은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데이터 체계 구축’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 기준은 계속 바뀌고, 적용 범위는 개별 기업에서 연결 법인과 공급망으로 넓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안전, 인적자본, 공급망, 지배구조 등 지표는 각 부서와 법인에 흩어져 있다. 이를 엑셀과 이메일로 취합해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공시 의무화 시대의 품질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그룹장은 “ESG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면 본질은 결국 책임과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공시 수치가 어디서 나왔고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SG 공시 대응이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이는 업무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데이터 발생 지점과 책임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엑셀·이메일 취합 방식으론 공시 품질 확보 한계

삼성SDS는 데이터와 절차를 우선하는 일명 ‘데이터, 프로세스 퍼스트’ 방식으로 ESG 공시 플랫폼을 만들었다. 우선 기업이 어떤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지 원천 데이터가 어느 시스템에서 발생하는지, 데이터 입력·산출·검증·확정 책임자는 누구인지 정의한다. 이후 기준과 절차를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 그룹장은 ESG 공시를 담당 부서의 수작업으로 접근하면 산정 기준이 바뀌거나 연결 범위가 늘어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봤다.

삼성SDS에 따르면 기업들이 겪는 공시 관련 문제는 주로 네 가지다. 첫째는 지표 정의의 불일치다. 같은 ‘임직원 수’나 ‘에너지 사용량’이라도 법인별·사업장별 산정 기준과 주기가 다르면 전사 집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둘째는 원천 데이터 연결의 부재다. 환경·안전 데이터는 환경·보건·안전(EHS) 시스템, 에너지 데이터는 설비 시스템, 인사·교육 데이터는 인적자원(HR) 시스템, 구매·판매 데이터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셋째는 검증 이력의 부족이다. 누가 언제 입력했고, 어떤 근거 자료로 확정했으며, 어느 단계에서 승인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외부 검증과 감사에 대응할 수 있다. 넷째는 연결 기준 관리다. 해외 법인과 자회사까지 범위가 넓어질수록 조직 경계와 데이터 수집 절차를 표준화하기 어려워진다.
삼성SDS, ESG 공시 대응 플랫폼 출시...'데이터'를 ‘경영 언어'로 바꿔
지표 정의부터 검증 이력까지 시스템에 반영

삼성SDS는 이러한 문제를 세 단계 접근법으로 해결한다. 첫 단계는 현황 분석이다. 기존 ESG 지표 정의서를 분석하고 지표별 담당자와 시스템 담당자를 인터뷰해 지표 관리 책임, 원천 시스템, 산정 근거, 관리 단위와 주기를 확인한다. 각 지표의 현재 산출 프로세스를 그려 누락·중복·수작업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도 파악한다.

둘째 단계는 목표 프로세스 설계다. 원천 데이터 입력 또는 시스템 연계, 지표 산출, 검증, 확정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정의한다. 지표 정의서도 관련 기준, 산정 주기, 보고 범위, 연결 기준, 책임 부서까지 세분화한다. 특히 재무보고와 동일한 조직 경계를 요구하는 공시 환경에 맞춰 개별 법인과 연결 기준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할지 설계한다. 기업별 업무 방식과 시스템 환경을 고려해 표준과 예외를 함께 정리하는 작업이다.

셋째 단계는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이다. 앞서 정의한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솔루션 적합성을 검토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계해 플랫폼을 구축한다. 삼성SDS는 자체 클라우드(SCP)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환경을 고려해 고객사별 IT 환경에 맞춘 구축 방식을 검토한다. 단순 솔루션 설치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하고 필요 기능을 추가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 그룹장은 “ESG 공시 대응은 지속가능경영팀만의 프로젝트로 끝나기 어렵다”며 “실제 데이터가 발생하는 업무 부서,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부서, 연결 법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조직 간 기준을 맞추고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일을 꼽았다.
삼성SDS, ESG 공시 대응 플랫폼 출시...'데이터'를 ‘경영 언어'로 바꿔


글로벌 제조회사 A, ESG 데이터 통합 관리

삼성SDS는 2024년 12월 글로벌 제조기업 A의 수십 개 법인을 대상으로 ESG 데이터 관리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이 플랫폼은 사업장 탄소 배출량 관리(스코프 1·2·3), 제품환경영향평가(LCA), ESG 공시, 자원관리 등을 포괄하는 전 주기 관리 체계다. 프로젝트에는 약 2년 6개월이 걸렸다. A사 전사 12개 조직이 참여해 부서별로 다른 기준에 따라 관리하던 데이터를 ESG 통합 기준정보 체계로 정비했다. 데이터 생성부터 검증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도 함께 마련했다.

구축 과정에서는 다수의 지표 정의 보완과 원천 시스템 변경이 이뤄졌다. 기존 수작업 취합 방식에서 담당자의 경험과 암묵지에 의존하던 부분을 명문화하면서 업무 절차와 시스템을 함께 조정한 결과다. ESG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단순한 IT 시스템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사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매년 공시 시점에 맞춰 사후적으로 진행하던 ESG 공시 업무를 일상적 운영 업무로 전환했다.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데이터가 축적·검증되는 체계를 갖추면서 ESG 데이터를 경영 활동에 실시간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삼성SDS ESG 공시 플랫폼은 전략, 공시지표, 보고서·평가, 조직관리, 공시 표준, 데이터포인트 관리 등으로 나뉜다. 전략 영역에서는 이슈 식별, 중대성 평가, 전략 목표와 과제, 리스크 시뮬레이션을 관리한다. 공시지표 영역에서는 공시 표준과 데이터 포인트, 실적을 연결한다. 보고서·평가 영역에서는 보고서 작성과 평가 대응을 지원하고 대시보드에서 성과를 분석한다. 조직관리 영역은 사용자와 법인·조직을, 데이터포인트 관리는 검증·분류·책임 부서를 관리한다.

플랫폼의 핵심 기능은 ‘표준-지표-데이터’ 연결이다.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등의 공시 기준이 바뀌더라도 특정 공시 항목이 어떤 지표와 데이터포인트, 책임 조직, 원천 시스템, 산정 로직과 연결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 그룹장은 “공시 기준은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기준이 바뀌었을 때 어떤 지표와 데이터가 영향을 받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무결성 관리도 중요하다. 입력 단계에서는 최솟값·최댓값, 전년 대비 변동폭, 필수 입력 여부 등 룰 기반 검증으로 이상 값을 걸러낸다. 데이터가 입력되면 증빙자료를 붙이고 책임 부서의 검토와 승인 절차를 거친다. 법인 데이터가 확정되면 전사 데이터로 통합되고, 연결 기준 데이터가 다시 확정된다. 이 과정에는 데이터 수집 이력, 증빙자료, 확정·승인 이력이 남는다. 이 그룹장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누가 어떤 기준으로 확정했는지 남기는 일”이라며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할수록 내부통제와 검증 이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 업무 줄고, 데이터 활용 늘어

플랫폼 구축 이후 고객사가 체감하는 변화는 반복 업무 감소와 데이터 신뢰성 향상이다. 매년 보고서 작성 시점에 데이터를 다시 모으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해진 주기와 책임 체계에 따라 데이터가 축적된다. 본사는 연결 법인의 제출 현황과 오류 여부, 승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담당자는 취합보다 원인 분석과 개선 과제 도출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ESG 데이터가 공시를 넘어 경영 의사 결정에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에는 단기·중기·장기 목표, 주요 이슈와 리스크, 지표 이력, 과제와 성과가 쌓인다. 이를 대시보드로 보면 사업장별 배출량, 지역별 공급망 리스크, 과제별 진척도, 핵심성과지표(KPI) 달성률을 비교할 수 있다.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에너지 효율 개선 과제를 선정할 때도 근거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ESG 성과와 리스크 관리 수준을 설명하는 자료가 되는 셈이다.

한 그룹장은 “ESG 데이터를 공시용 숫자로만 보면 활용 범위가 제한된다”며 “사업장별 성과와 리스크를 비교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경영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S 측은 향후 플랫폼이 투자 의사 결정 외에도 공급망 리스크 관리,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등에도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삼성SDS가 내세우는 플랫폼의 차별점은 ESG 도메인 지식과 IT 구축 역량의 결합이다. 회사는 17년 이상 ESG·EHS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는 설계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이 그룹장은 “처음부터 모든 지표를 완벽하게 시스템화하려 하면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중요도와 리스크가 큰 지표부터 표준화하고 이후 법인과 공급망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정 삼성SDS ESG그룹장. 사진=서범세 기자
한미정 삼성SDS ESG그룹장. 사진=서범세 기자
[인터뷰] 한미정 삼성SDS ESG그룹장
“공시 대응, 보고서보다 데이터 체계가 먼저입니다”


- ESG 공시 대응 플랫폼을 만든 계기는 무엇입니까.

“ESG 공시가 자율 보고에서 제도권 공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좋은 활동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수치의 출처와 산정 기준, 승인 이력을 설명해야 합니다. 고객사들이 이 요구에 대응하려면 보고서 작성 도구보다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 고객사들이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데이터가 여러 부서와 시스템, 법인에 흩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지표라도 조직마다 정의와 산정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공시 시점에 자료를 모으면 증빙을 찾고 오류를 고치는 데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지표 정의, 원천 데이터, 책임 조직, 검증 절차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ESG 데이터 관리에서 기업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지표 자체보다 지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에너지 사용량이라도 어느 설비에서 나온 값인지, 어떤 단위로 집계했는지, 누가 확인했는지에 따라 데이터의 신뢰성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합 업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무 프로세스, 조직 책임, 시스템 연계가 함께 정리돼야 합니다. 이 부분을 초기에 설계하지 않으면 나중에 검증 단계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 플랫폼이 경영 의사 결정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공시 데이터가 축적되면 사업장별 배출량, 공급망 리스크, 과제별 성과, 목표 달성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 에너지 효율 개선, 리스크 관리, 투자자 대응의 근거가 됩니다. ESG 데이터를 공시용 숫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영 판단에 쓰이는 데이터로 전환해야 합니다.”

- 플랫폼 구축을 고민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요.

“기준이 완전히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 수 있습니다. 공시 기준은 바뀔 수 있지만 데이터가 어디서 나오고 누가 책임지는지는 지금부터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지표를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중요도와 리스크가 큰 지표부터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