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현대 정치사의 대표적인 앙숙이다. 그 악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그해 3월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가 하와이가 아니라 케냐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의 복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달 열린 백악관 기자협회 연례만찬에서 오바마는 초청받아 현장에 참석한 트럼프를 겨냥해 무려 5분가량 특유의 풍자로 조롱했다. 만약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외벽을 금빛 기둥으로 치장할 것이라는 합성 사진도 공개했다.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트럼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날의 공개 망신이 훗날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는 2016년 1기 집권 직후 가장 먼저 ‘오바마케어’ 등 주요 정책과 행정명령을 수정하며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집중했다. 집권 2기 임기가 시작된 2025년에는 백악관 로비에 걸린 그 많은 전임 대통령 초상화 가운데 오바마 것을 떼고 자신의 초상화를 걸었다.
기묘하게도 오바마의 2011년 풍자는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 트럼프 2기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의 천장과 문틀, 창틀이 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변했다. 금도금 독수리, 천사상까지 들어섰다. 가만히 있을 오바마가 아니다. 오바마는 지난달 24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가 꾸민 백악관을 두고 “사담 후세인이 치즈케이크 팩토리 식당을 차려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그제 백악관 집무실과 내각회의실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보존하라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중간선거 참패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이다. 이 역시 오바마의 치즈케이크 팩토리 조롱에 자극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민심 이반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그의 독선에 가까운 고집이다. 서명 당시 백악관 책상 한쪽에는 보란 듯이 ‘VETO(거부권)’라고 새겨진 빨간 모자가 놓여 있었다. 레임덕을 넘어 앵그리덕으로 변해가는 트럼프의 분노가 누구를 향할지 정말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