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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韓·EU FTA 15주년…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한·EU FTA의 목표는 관세 인하에 국한되지 않았다. 규제 협력을 강화하고 노동권과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약을 담았다. 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명확한 규칙과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해 기업이 서로의 시장에 진출해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성과는 한국과 EU 간 경제 관계 규모에서 확인된다. 2011년 이후 교역 규모는 두 배로 커졌다. 지난해 기준 EU는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상품 교역액은 약 1240억유로, 서비스 교역액은 330억유로에 달했다.
EU는 투자의향액(투자 잔액) 기준 530억유로로 한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며 한국의 EU 투자도 420억유로에 이른다. 유럽 기업은 한국의 연구·기술·첨단 제조업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도 배터리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유럽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세계 경제는 크게 변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교란, 핵심 기술 및 원자재를 둘러싼 경쟁은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 EU와 한국은 FTA라는 견고한 기반 위에서 이 같은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린 파트너십 및 디지털 파트너십 체결, 디지털 무역협정 서명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EU 핵심 연구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인공지능과 양자 기술 등 우리 사회의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EU와 한국은 고위급 경제 대화 설립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의제는 여전히 많다. 무역 장벽 철폐, 규제 협력 강화, 불필요한 중소기업 행정 부담 완화 등이다. 핵심 원자재, 반도체 등 전략 기술 분야 협력은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할 수 있다. 친환경·디지털 전환도 EU가 수년간 경험을 쌓은 청정에너지와 해상 풍력, 순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 세계는 유럽을 교역 파트너로 두고 싶어한다. 18조8000억유로 규모의 국내총생산(GDP)과 4억4000만 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EU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자 제조업 상품 및 서비스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하지만 유럽의 강점은 시장 규모에만 있지 않다. 전 세계 기업이 원하는 예측 가능하고 규범에 기반한 무역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EU는 현재 80개국 이상과 무역 협정을 맺었다. 전 세계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올 한 해에만 인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멕시코, 호주, 인도네시아와 FTA를 체결했다.
세계는 더욱 불확실해진 만큼 뜻을 같이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체제를 보존하고 보호해야 한다. EU와 한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런 노력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FTA 체결 15년이 지난 지금 양자 간 협력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적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와 공동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과 EU는 계속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