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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반도체 거품 붕괴론의 실체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그러나 점차 심화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부채와 수익창출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빅테크 주가 역시 고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초대형 투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취약한 채무구조를 보이는 신흥 AI 기업들이 도산하면 버블 붕괴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AI 및 반도체 거품론의 주된 배경은 미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고 있어 실적이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부채의존도가 높은 신흥 AI기업과 이들에게 자금을 제공한 헤지펀드 및 사모대출회사 등까지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거품붕괴론을 단순 괴담으로 치부하기보다, 모든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는 정밀한 전략이 시급하다. 일단 다음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반도체 주가가 고점 대비 20~35% 내리는 ‘밸류에이션 조정’, 40~60%까지 떨어지는 ‘투자 사이클 붕괴’, 마지막으로 신용 경색까지 겹쳐 60~80% 폭락하는 ‘금융위기형’ 등이다.
코스피는 이미 6월 고점 대비 3분의 1 넘게 추락한 가운데 추가 하락 여부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삭감과 한계 AI기업 및 관련 금융기관의 도산 여부에 달려 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AI 투자가 급감하는 경우에도 2028년 세계 GDP가 1.1%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경제의 경우,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책 대응도 크게 세 갈래다. 먼저 반도체 부문의 기술 초격차 확보와 사업편중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 CXMT의 기술 추격에 맞서 고부가 메모리 부문의 전략적 연구개발(R&D)과 전력·용수·인력 등 인프라의 개선 투자 및 파운드리와 소부장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초과세수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을 장기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기 하강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레버리지 투자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즉 주식 빚투로 인한 강제 매도 도미노 현상, 증권사의 단기 자금경색 위험, 비은행권의 AI·데이터센터 대출 부실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고,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AI가 미래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사실이 과잉 기대가 반영된 주가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지금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특정 산업에 대한 쏠림을 줄이고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 설사 거품이 꺼지더라도 시장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