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 외부감사 의무화해야
정부는 서울과의 거리와 인구소멸 위험, 지역별 사회·경제 여건 등을 종합한 ‘지방우대지수’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방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배분의 확대는 집행의 책무성(accountability)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성과로 이어진다. 늘어날 재정을 담을 그릇의 단단함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그릇의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민간위탁이다. 복지관 운영부터 환경·문화시설 관리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맡기는 사업비는 연간 1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조직이 공공서비스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 잡으면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문제는 같은 세금으로 집행되는 사업인데도 검증의 무게가 다르다는 데 있다. 지방보조사업은 부정수급 논란을 계기로 2021년 별도 법률이 제정돼 사업 규모에 따라 정산보고서 검증과 외부 회계감사를 거치도록 하는 전국 공통의 기준을 갖췄다. 반면 지자체의 고유 사무를 대신 수행하는 민간위탁사업은 위탁할 수 있다는 원칙만 있을 뿐, 정산과 감사의 기준은 지자체 조례에 맡겨져 있다. 그 결과 수억원 규모의 보조사업은 외부 검증을 받는데, 그보다 큰 위탁사업은 조례가 없으면 외부 감사 없이 정산을 마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주민이 낸 세금의 쓰임이 사업의 형식에 따라 다른 무게로 설명되는 셈이다. 하지만 사무의 수행을 민간에 맡길 수는 있어도, 그 결과를 주민에게 설명할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다. 관련 입법이 정치 일정에 밀려 지연되는 사이, 조례를 완화했다가 되돌리는 혼선과 행정 비용도 되풀이됐다.

대리인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구조적 문제다. 민간위탁에는 납세자와 지자체, 지자체와 수탁기관 사이에 이중의 위임 관계가 존재한다. 위임 단계가 늘어날수록 정보 비대칭과 감시 비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서류 확인 위주의 사후 점검만으로는 이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 등 주요국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적 자금을 받은 비영리단체에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영세한 수탁기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지우는 재무제표 작성과 외부감사 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증 방식과 수행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도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본질은 누가 검증하느냐가 아니라, 공공 재원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게 확인하느냐에 있다. 이 문제가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비치는 순간 제도 개선은 표류하고, 그 비용은 납세자가 떠안게 된다.

해법은 획일적 강제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에 있을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는 외부 회계감사를 법률로 의무화하되, 소규모 사업에는 간소화된 검증을 적용하고, 이미 동일한 감사를 받은 기관의 중복 부담을 덜어주며, 영세 조직에는 비용을 지원하는 차등 체계를 고려해볼 수 있다. 회계 투명성은 통제의 수단이기 이전에 신뢰의 인프라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기관의 부정이 드러날 때마다 성실한 다수가 함께 의심받은 경험을 돌아보면, 투명한 검증은 정부와 함께 다양한 공공재를 공급하는 민간위탁사업의 수행자가 공공의 동반자로 인정받는 토대이기도 하다. 재정이 늘어날수록 그 쓰임을 주민 앞에 증명하는 장치도 함께 단단해져야 한다. 지방 재정 확대가 본격화하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관련 입법을 서둘러 매듭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