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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마약 제조국가로 가는 한국
임도원 사회부장
한국은 1990년대 말 마약류범죄계수가 20명을 넘어섰다가 2000년대 들어 10명대로 내려앉았다. 2006년 6월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은 부산에서 열린 마약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에서 “한국은 성공적으로 마약류를 근절했다”며 “이제 마약청정국”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마약류범죄계수는 2015년 20명을 넘어선 뒤 2019년 30명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는 50명대를 바라보고 있다.
급속히 확산하는 마약
한국의 마약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국내 유입을 목적으로 한 마약류 1007㎏을 적발했다. 작년(390㎏)에 비해 2.6배로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경찰은 지난 1~8월 마약 사범 9530명을 검거했다.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인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모든 곳에서 필로폰 등 총 31종의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 필로폰은 2020년 이후 매년 검출되고 있다.더 큰 문제는 한국이 마약 유통국가에서 제조국가로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3일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감기약 성분과 황산, 염산 등을 혼합·가공해 필로폰 1.36㎏을 제조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약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 감기약을 이용해 제조한 필로폰 압수 사례 중 최대 규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9월 합성대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종 제조 중간체 2종을 새롭게 검출했다. 그동안 주로 해외에서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던 합성대마류가 국내에서 직접 합성·제조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가안보 문제로 대응해야
국내에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의 대규모 시위를 바라보며 ‘한국도 유럽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길도 있다. 바로 마약 범죄조직이 장악한 중남미 국가로의 길이다. 멕시코에서는 최근 25년간 마약 범죄조직에 맞서던 시장 119명이 살해됐다는 집계가 있다. 약 2개월 반마다 시장 한 명씩이 죽어나간 셈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경찰이 마약 범죄 소탕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121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한국은 총기 접근성과 사법·치안 체계, 범죄조직의 역사와 규모 등에서 중남미 국가와는 차이가 크다. 그렇다 해도 마음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범죄조직이 마약 제조 능력을 갖추고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게 되면 중남미 국가처럼 거대한 카르텔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MZ 조폭’들은 마약 범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제 마약을 국가 안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 때다. 신설된 중대범죄수사청과 수사 권한이 커진 경찰이 마약 소탕에서 우선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재정당국과 국회도 관련 예산 확충에 나서야 한다. 국민 생명과 국가 치안이 위협받는 이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