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식시장 먼저 구조개혁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주식시장의 산증인이다. 25년간 주식에 직접 투자한 꽤 큰 개미였다고 했다. 잡주에 손대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 이전까지 이런 주식 경험을 가진 국정 최고책임자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상법 개정과 증시 밸류업 정책은 시장 기대를 앞질렀다. 올해 초 ‘코스피지수 5000 돌파’ 공약이 조기 달성된 건 반도체 특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국정 동력이자 지렛대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쳤다. 6·3 지방선거 전 참모들에게 “임기 중 코스피 5000 밑의 숫자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지지율도 60%대로 높았다. 하지만 믿었던 주식시장이 지난 6월 사상 최고치(9114.55)를 찍은 뒤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수급 떠받치는 삼전닉스

수급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아무도 주식을 사고 있지 않다. 외국인이 물량을 쏟아내는데 개미들도 더 이상 받아낼 돈이 없다. 4월부터 7월까지 코스피지수 6000~9000대에서 116조원어치를 쓸어 담았다가 물려 있어서다. 7월 말 5500을 찍은 뒤 현재까지 외국인이 47조원어치를 털어냈고, 개미도 11조원어치를 팔았다. 시장을 떠받친 건 55조원어치를 쓸어 담은 기타법인이다. 55조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빼고는 매수 주체가 없다는 얘기다. 삼전닉스를 제외하고는 매수세가 유입된 종목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직전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종목이 속출하는 배경이다.

코스닥시장은 존재 이유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급 공백으로 성장기업은 물론 공모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새내기주 시가총액이 상장 나흘 만에 보유현금마저 밑도는 일까지 벌어졌다. 온갖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공회전이다.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많다.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같은 정책자금이 넘쳐나면서 전환사채(CB) 같은 메자닌 시장은 변질되고 있다. 과도하게 대주주에게 유리한 자금 조달이 횡행하며 돈 버는 성장기업도 외면받고 있다.

연금·거래소 지배구조 손봐야

당정은 주가누르기방지법, 의무공개매수제 같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대책만으로는 구조적 시스템 결함을 메울 수 없다. 시장은 만기친람을 싫어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대통령이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모두가 다 아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국민연금 운용 지배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보건복지부 관료가 좌지우지하다 보니 글로벌 연기금은 상상할 수 없는 리밸런싱 유예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완전히 독립시키든지, 최소한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에 실질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코스닥시장 완전 분리도 고민해봐야 한다. 일본은 신흥·중소형주 시장인 마더스와 자스닥을 2022년 합쳐 상장 문턱을 낮추고 상장 이후 성장하지 못한 기업을 내보내는 쪽으로 개혁해 경쟁력을 높였다.

선거 이후 부동산과 민생 정책에서 엉켜버린 국정 난맥상은 주식시장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증시를 살려야 국정 동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