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이드 인 차이나'가 달라졌다
“교양이 없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중국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한 A씨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면서 뜻밖의 표현을 썼다. 교양이 없다니…. 무슨 의미냐고 되묻자 그는 “중국 기업은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고 했다. “해외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보이면 일단 뛰어들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해결합니다. 진출 국가의 규제를 위반해 벌금을 내더라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중국 기업 특유의 공격성과 속도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을 아시아 공략 발판으로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해외 확장에 나선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꺾이고, 내수 시장에서는 과잉 생산과 극심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 중국 기업에 최근 한국이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관세 장벽이 높고, 유럽은 견제가 강하다. 남은 시장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에 진출하는 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신제품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으면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나가는 데 매우 유리하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K컬처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K컬처와 K푸드 등을 활용해 마케팅 실험을 한 뒤 아시아로 가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아시아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가 된 셈이다.

중국 기업의 공세는 이미 한국 소비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는 국내 진출 5개월 만에 매장을 10곳으로 늘렸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마신 것으로 입소문을 타 ‘장원영 밀크티’로 화제를 모으며 매장을 빠르게 불렸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는 K뷰티의 상징인 올리브영N 성수 바로 맞은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중국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도 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K컬처까지 활용하는 중국 기업

최근에는 중국산 아이스크림과 빵까지 국내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파고들었다. 올해 편의점 4사가 단독·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내놓은 아이스크림 107개 중 45개(42%)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아이스크림 수입량은 2022년 416t에서 지난해 3579t으로 8배 넘게 늘었다. 가공식품은 원산지와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 국내 업체가 오랫동안 지켜온 영역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중국 기업을 여전히 값싼 모방품이나 생산하는 경쟁자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탁월한 기획력과 속도로 승부한다. 급변하는 SNS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고 관련 상품을 2~3개월 안에 만들어낸다.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국내 업체는 8개월가량 걸린다는 게 중국산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편의점 담당자의 얘기다.

중국 기업은 더 나아가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K컬처의 영향력까지 활용한다. 중국의 이런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이 키운 K컬처가 중국 기업의 아시아 시장 장악을 돕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