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데스크 칼럼] 증권사 NCR규제의 역설
김동윤 증권부장
중소형사 옥죄는 NCR 규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었다. 증권사가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수록 분모인 총위험액이 커져 건전성 지표가 즉각 하락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6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명분으로 도입된 새로운 NCR은 이 산식을 크게 바꿨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단순 차감한 뒤 이를 인가받은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법정자기자본인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누는 방식이다.문제는 분모인 필요유지 자기자본이 종합 증권사라 할지라도 1000억원 안팎의 고정된 상수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자본의 절대 규모가 큰 대형사는 막대한 부채를 일으켜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건전성 지표가 높게 유지된다. 반면 자본 규모 자체가 작은 중소형사는 새로운 투자건을 발굴해 위험액을 조금만 인식해도 실질 위험보다 가혹하게 비율이 급락한다. NCR 규제가 대형사에는 팽창의 여지를 열어주지만 중소형사의 운신 폭은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증권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NCR 규제는 최근 몇 년 새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경제 정책과 충돌한다. 정부는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해 벤처 생태계를 육성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험을 감수하는 초기 자금 조달이 필수인데, 지역과 벤처기업에 밀착된 중소형 증권사가 이 역할에 제격이다. 그러나 현행 NCR은 이들의 모험자본 공급을 원천 차단한다. 비상장 벤처 주식에 투자하면 최고 250%의 징벌적 위험값이 적용되거나 투자액 전액이 순자본에서 깎인다. 혁신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싶어도 규제 탓에 극도로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생산적 금융·주택공급 걸림돌
주택 공급의 마중물인 부동산 브리지론 시장도 빈사 상태다. 금융당국은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초과하는 브리지론에 90%라는 극단적 위험값을 매겼다. 초기 토지 가치를 담보로 하는 브리지론은 태생적으로 LTV 60%를 넘기 마련인데, 가혹한 자본 차감을 강제하니 자금줄이 끊겼다. 그 결과 지방의 정상적인 주택 재개발 사업장마저 멈춰섰다.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공급 정책의 실효성마저 떨어지고 있다.정부 정책이 실물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지려면 낡은 규제를 고쳐야 한다. 현행 단일 NCR 산식을 폐기하고, 증권사 자산 규모와 시스템적 중요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 아울러 비상장 주식 투자와 우량 부동산 브리지론 등에 대해서는 과도한 위험값을 현실화하고 감면 특례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