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해외에 팔리는 韓 기업들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티맵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티맵 운영사 티맵모빌리티의 모회사 SK스퀘어는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경영권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8000억원을 투입해 티맵모빌리티 지분 대부분을 확보하는 게 골드만삭스의 목표다.

최근 이뤄진 대기업 인수합병(M&A)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 자본이 참여하는 글로벌 딜이다. 국내 렌터카 분야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은 미국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 팔렸다. 정수기 업체 청호나이스는 또 다른 미국 PEF인 칼라일 손에 넘어갔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올 들어 국내에서 5000억원 이상 규모 PEF M&A 중 외국계 기업이 참여한 비중이 80%를 넘는다고 분석했다.

중복상장 규제에 고금리까지

대규모 자금 조달도 외국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3대주주로 맞아들이며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유치한다. SK그룹은 미국 PEF KKR과 합작법인을 세워 SK이터닉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했다.

국경이 희미해진 시대에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걸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 자본 수혈이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대기업의 곳간 사정을 살펴보면 외국에 지분을 내다 파는 것 외엔 뾰족한 자금 조달 대안을 찾기 어렵다.

빚이 많은 기업은 금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간에 금리가 껑충 뛰어 이자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만기를 연장하는 차환에 나서려면 지난해보다 연 1~2%포인트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조 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대규모 기술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은 고민이 더 깊다. 회사채를 발행해 연 5% 이자를 물어가며 미래 신사업을 준비하기엔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들은 신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상장해 신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중복상장 규제가 생기면서 이런 방식을 쓰는 게 힘들어졌다. 유상증자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익 보호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 심사도 예전보다 깐깐해졌다. 고금리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남은 선택지는 자산과 지분, 자회사 매각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기업 자금조달 숨통 틔워줘야

중복상장 규제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무기도 쥐여주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가 총출동하는 ‘쩐의 전쟁’에 나가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과한 규제가 우리 대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불확실성이 큰 시장으로 볼 여지도 있다. 카카오 이사회는 중복상장 규제를 이유로 지난 9월 TPG 보유 지분을 기초로 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안에 제동을 걸었다. 자금 회수길이 막힌 2대주주 TPG는 국제 중재로 맞섰다. 업계에서는 모호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분쟁을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의 ‘자금 조달 보릿고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더 뛰면 기업이 감내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진다.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정책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