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1회째를 맞은 ‘글로벌인재포럼 2026’이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기조연설을 맡은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가 ‘EVERYTHING AI: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글로벌인재포럼 2026’이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기조연설을 맡은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가 ‘EVERYTHING AI: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원관리사와 요양보호사도 인공지능(AI) 로봇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6’ 기조연설에서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로봇을 활용해 능률을 끌어올리는 ‘생산성 혁명’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AI 발전으로 로봇 개발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도 현장 근로자가 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5일까지 이어지는 글로벌인재포럼은 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분야 포럼이다. 21회째인 올해 포럼의 주제는 ‘EVERYTHING AI, 지속가능을 위한 길’이다.

세계적 석학과 각계 전문가들은 AI가 이끌 생산성 혁명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플레이터 전 CEO는 “역사적으로 자동화 시스템 도입은 사람들의 생산성과 임금 수준을 향상시켰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동차 운전법을 아는 것처럼 누구나 로봇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여 년 전 베스트셀러 <슈퍼인텔리전스>로 초지능의 위험을 경고한 닉 보스트롬 거시전략연구이니셔티브 창립자는 “과거에는 기술 발전으로 저숙련 근로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AI 발전은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지적·육체적 노동을 대신해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어지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트롬은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넘어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누리고 어떤 삶을 살지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플레이터 전 CEO는 “15~20년 뒤에는 로봇이 모든 분야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덕 기자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플레이터 전 CEO는 “15~20년 뒤에는 로봇이 모든 분야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경덕 기자

"미래 근로자, 로봇 통제하는 운영자로 변신…생산성 높아질 것"
기조연설 - 로버트 플레이터 前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로봇을 활용하는 데 고급 학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로버트 플레이터 전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 기조연설에서 로봇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제2의 로봇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가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로봇 보유하는 시대

‘아틀라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플레이터 전 CEO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30년 넘게 로봇을 연구하며 로봇개 스폿,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의 개발을 이끈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플레이터 전 CEO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로봇산업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오래전부터 다리를 이용한 로봇 이동 기술에 집중했다”며 “경쟁사보다 10년은 앞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AI가 등장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기술 격차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AI는 로봇을 훈련시키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시연을 통한 학습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센서를 착용한 채 특정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면 이를 로봇이 모방해 학습하게 하는 방식이다. 플레이터 전 CEO는 “로봇 공학자보다 실제 작업을 하는 현장 근로자가 오히려 로봇을 더 잘 훈련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로봇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이는 곧 로봇 대중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는 개인 근로자가 구입하기에 지나치게 비싸지만, 대량생산이 10년가량 계속되면 제품 가격이 일반 근로자 연봉의 2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플레이터 전 CEO는 로봇이 제조업을 시작으로 물류·배송 등 서비스업을 거쳐 소규모 사업장과 가정으로 확산할 것으로 봤다. 그는 “공장은 작업 환경이 통제돼 있고, 작업 범위도 제한적”이라며 제조업이 초기 로봇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3년 안에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공장에 배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부품을 집어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복잡한 조립까지 작업의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10~15년 뒤에는 노인 돌봄, 조경, 건설 분야에서도 로봇이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혁신 때마다 생산성·임금 증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세계 제조업 현장에 배치된 스폿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스폿은 인간 대신 공장을 돌아다니며 설비를 점검한다”며 “근로자는 설비 고장을 찾아다니는 대신 기계를 수리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이뤄질 때마다 근로자의 생산성과 임금이 높아졌다는 점도 짚었다. 1770년대 방적기, 1860년대 제화 기계, 1950년대 전기톱이 도입된 사례를 언급했다. 플레이터 전 CEO는 “당시 근로자가 이들 기계를 구입하려면 몇 달 치 임금을 투자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2~6배 늘었고, 임금 역시 약 2배 상승했다”며 “역사를 보면 자동화는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로봇이 가져올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근로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경제적 이익이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됐지만, 값싸고 범용성 높은 로봇은 이 같은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플레이터 전 CEO는 “현재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미래에 로봇 운영자가 될 것”이라며 “근로자가 로봇을 직접 통제할 권한을 갖고, 생산성 향상의 혜택도 누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연/양지윤/신연수/한명현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