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AI가 작가 일자리 빼앗으면 저작권 침해일까"…美 법정 달군 6가지 논쟁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오픈AI 저작권 침해 소송을 계기로 AI와 창작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작가조합과 뉴욕타임스 등 작가·언론사들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들이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병합돼 심리 중이다. 지난달 말까지 출판·창작단체와 법학자, 기술업계 등이 제출한 법정 의견서는 50건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AI 학습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 소송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 AI가 저작물을 허락 없이 학습해도 되는가.
미국출판협회 등은 AI 기업이 작가와 출판사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얻는 만큼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픈AI는 저작물을 학습해 언어의 패턴과 구조를 익히는 것은 기존 작품을 그대로 복제해 제공하는 것과 다르며,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② AI가 인간 창작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저작권 침해인가.
출판계는 AI가 값싼 대체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인간 창작자의 수익을 잠식한다고 우려한다. 반면 작가단체 오서스 얼라이언스는 저작권이 작품의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할 뿐 경쟁으로 인한 수익 감소까지 막아주는 제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AI가 만든 작품이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③ 저작권 규제는 창작자를 보호할까, 빅테크 독점을 강화할까.
출판계는 라이선스 계약이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공익단체 퍼블릭 놀리지는 방대한 학습 자료에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면 자금력이 풍부한 거대 기술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타트업과 비영리 연구기관의 진입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④ AI는 창작을 위협할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까.
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스는 AI가 기존 작품을 활용해 저비용 경쟁작을 생산하면 제작 예산과 작품의 질이 함께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의 창간 편집장 케빈 켈리는 AI가 새로운 표현과 창작 기회를 제공하며, 과도한 저작권 보호가 오히려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⑤ 저작권 보호와 대중의 지식 접근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언론·창작단체들은 콘텐츠 생산자의 권리가 약화되면 양질의 정보 생산도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AI가 기사를 무상으로 이용하면 취재와 보도를 지속할 경제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식이다. 위키미디어재단은 AI가 기존 저작물과 다른 목적의 모델을 학습하는 것은 공정이용으로 인정하되, 챗봇이 웹에서 가져온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다시 제공할 때는 원저작자의 라이선스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⑥ AI가 초래한 창작 산업의 피해는 법원이 해결해야 할까.
저작권자들은 법원이 기존 법률에 따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파멜라 새뮤얼슨 등 법학자들은 AI로 인한 시장 잠식이 특정 작가나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회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이번 소송은 AI 학습에 공정이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가늠할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AI 학습에 대한 공정이용 인정을 지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창작자의 권리와 기술 혁신,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법원이 어디에 선을 그을지가 주목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