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재 딥스탠딩 파트너스 대표파트너(왼쪽 두번째)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새로운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백영재 딥스탠딩 파트너스 대표파트너(왼쪽 두번째)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새로운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대치동 키즈는 미래를 바꿀 수 없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교육 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영재 딥스탠딩 파트너스 대표 파트너는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정답 찾는 교육 넘어 호기심 키워야"

이날 기조세션 '새로운 인재의 조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정답을 잘 찾는 인재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내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I가 지식 습득부터 실제 업무 수행까지 대신하면서 주체성과 호기심,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미래 인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 대표는 "대치동 교육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산업화 시대 전문가를 키우는 데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승진하는 기존의 성공 경로가 AI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으로 산업과 직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역량을 제시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한 경계인 33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메타인지와 적응력, 위험 감수, 생성적 혁신, 호기심 등 다섯 가지 공통 역량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앞으로는 기존의 낡은 정답을 버리고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계인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입시 중심 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의 기대에 따라 학원을 다니는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볼 기회가 부족하고, 시험에서 1점이라도 잃지 않으려는 환경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답이 하나인 시험에 익숙해질수록 새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서로 다른 경험을 연결해 해법을 찾기도 어려워진다고 봤다.

백 대표는 특히 인간 고유의 경쟁력으로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게 호기심이 있는지 물어본 일화를 소개하며 "제미나이가 '저는 호기심이 없습니다. 호기심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수학적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이 연출하는 착시일 뿐입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은 남이 좋아하는 것을 쫓아가는 것"이라며 "진짜 호기심은 남들이 모두 쫓아갈 때 자신이 마음에 끌리는 것을 파고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시대엔 스스로 일 찾고 판단하는 인재

백영재 딥스탠딩 파트너스 대표파트너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새로운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백영재 딥스탠딩 파트너스 대표파트너가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새로운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혁 기자
기업 현장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손해인 업스테이지 AI 교육 부문 대표는 이를 '자기 사장력'이라고 표현하며 "사장님처럼 일하라는 게 아니라 본인의 삶을 사장처럼 사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스테이지에서는 인턴과 수습 직원을 평가할 때 업무 수행 능력보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에 새로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고 했다.

AI가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는 시대에는 직원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손 대표는 "생성형 AI가 질문에 대답하던 시대를 넘어 실제로 일을 하는 에이전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에이전트 자체가 조직 내 팀이 되거나 각각의 팀에서 팀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스테이지에서는 재무·법무·교육 담당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AI가 업무를 대신할수록 인간에게는 결과물을 판단하고 책임지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지훈 아시아2G캐피탈 창립파트너는 "정답을 아는 것은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다"라며 "어떻게(How)의 시대에서 무엇을(What)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만큼 인간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결과가 올바른지 검증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AI 확산에 맞춰 기업의 인재 육성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에는 신입 직원이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해 점차 복잡한 일을 맡으며 전문성을 쌓았지만, AI가 이러한 업무를 대신하면 숙련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파트너는 "AI가 중간 난이도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신입과 숙련자 사이의 사다리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교육과 인사평가 체계의 재설계를 주문했다.

정 파트너는 "AI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겠지만 어떤 일을 맡길지 결정하고, 결과가 옳은지 판단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며 "AI는 도구에서 팀원이 됐고, 이제는 모두가 팀장이 될 차례"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