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대 서커스단 서카의 공연 ‘덕 폰드’에서 배우들이 공중곡예를 펼치고 있다.  Pia Johnson 제공
호주 현대 서커스단 서카의 공연 ‘덕 폰드’에서 배우들이 공중곡예를 펼치고 있다. Pia Johnson 제공
발레와 곡예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호주 현대 서커스 컴퍼니 서카(Circa)의 ‘덕 폰드(Duck Pond)’는 고전 발레의 명작 백조의 호수를 서커스와 결합했다. 서커스의 스릴 넘치는 동작과 전통 발레의 우아한 춤사위를 동시에 선보인다.

덕 폰드는 오는 20~21일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과 27~2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만날 수 있다. 고전 발레의 낭만적인 이야기에 고난도 곡예와 무용, 연극, 유머를 결합한 작품이다. 발레를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익숙한 인물과 관계를 새롭게 배치해 관객의 예상을 비튼다.

이야기는 왕자의 생일을 앞둔 궁전에서 시작된다. 큐피드의 안내로 만난 왕자와 미운 오리는 뜻밖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와 흑조의 등장으로 관계가 흔들린다. 버림받은 미운 오리는 백조 무리 속에서 날아오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 원작의 사랑 이야기에 정체성과 자기 발견이라는 주제를 더했다. 왕자와 백조의 익숙한 이야기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서카의 ‘덕 폰드’ 공연에 등장하는 흑조. 
 Pia Johnson 제공
서카의 ‘덕 폰드’ 공연에 등장하는 흑조. Pia Johnson 제공
무대에서는 발레의 우아함과 서커스 특유의 긴장감이 교차한다. 배우들은 공중을 가로지르고 서로의 몸을 지탱하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여러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앙상블과 고난도 공중곡예가 주요 볼거리다. 때로는 두 사람이 서로를 붙들고, 때로는 여러 출연자가 힘을 합쳐 하나의 동작을 완성한다. 오리발을 신은 오리 군단의 익살스러운 움직임과 빠른 장면 전환은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바꾼다.

화려한 기예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배우들이 서로의 몸을 믿고 의지하는 동작은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대사보다 신체 움직임으로 서사를 풀어내 고전을 잘 아는 관객에게도 색다른 해석의 재미를 준다. 곡예의 난도 자체보다 신체가 만들어내는 감정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작품은 서카의 예술감독 야론 리프시츠와 서카 앙상블이 함께 창작했다.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카는 2004년부터 세계 45개국 이상에서 약 200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곡예와 무용,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여 왔다. ‘덕 폰드’ 역시 개별 기예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몸의 움직임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이 무대는 퀸즐랜드공연예술센터(QPAC)와 뉴욕대 아부다비 아트센터 등 여러 기관의 공동 위촉으로 제작됐다. 이번 한국 투어는 호주 외교통상부 산하 호·한재단을 통해 호주연방정부 지원을 받는다. 퀸즐랜드주정부 한국대표부도 공연 홍보와 현지 네트워크 연계를 지원한다. 공연 시간은 약 70분이다. 예매 정보는 각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