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지난 달 한 여성분이 의원실로 작은 선물을 보냈다. 약자와 피해자를 위한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는 쪽지와 본인이 직접 만든 매듭과 파란 두건, 그리고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그 스티커에 쓰인 문구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역사를 위해 싸운 여성.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나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이나 최근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자 영상녹화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논의에서 국민의 우려를 전달하고 범죄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펼쳤다. 경기 안산시 주점 성폭행 사건 피해자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전건송치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성폭력 범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피해자를 절망에 빠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SNS엔 나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생각한 것은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를 잊지 말자는 것이었다. 20년간 변호사로, 시민단체 활동가로, 교수이자 연구자로 살아오다가 정치라는 영역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 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때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하고, 비판이나 욕설을 듣는 일도 겪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아야 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변함없다. 정치인으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일이 언제나 쉽지만은 않지만, 만약 비판이나 비난이 두려워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작은 선물을 보낸 분의 마음도 아마 그럴 것이다. 용감하게 국민을 생각하면서 소신있는 정치를 해달라는 마음 말이다. 혼자만의 생각,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이 변하는 일은 없다. 제도가 변화하고, 사회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야 한다. 정치인이란 어려움을 겪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모으고, 서로의 마음을 모아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경청하고 변화를 이뤄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역사를 바꾼 용감한 여성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함께 연대하며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