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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통합'…합치는 건 정부, 맞추는 건 기관 [린의 행정과 법률]
통폐합 따른 고용승계 확정은 새로운 시작
승계 규정, 문구 등 법률 부칙 유의해야
방향 제시한 정부…이제 기관이 움직일 차례
승계 규정, 문구 등 법률 부칙 유의해야
방향 제시한 정부…이제 기관이 움직일 차례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칠지는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대상 기관의 80% 이상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고, 개정 시점은 국회 일정에 달려 있다.
필자는 최근 통폐합 대상 기관의 법률 분야 통합 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착수와 함께 시작한 작업이 통합 대상 기관의 설립 근거 법령과 정관, 인사·보수·회계 규정을 나란히 놓고 대조하는 일이다. 부처의 이행계획 마련과 병행해 기관이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승계의 틀은 부칙에서 짜인다
문구 하나의 무게도 가볍지 않다. 대법원은 법률에 따라 새로운 특수법인을 설립하면서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한다는 규정만 두고 근로관계 승계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면 종전 직원의 근로관계가 새 법인에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빈칸이 생기기 쉬운 곳도 있다. 개별 법령과 고시에 따라 종전 기관이 받은 지정·위탁이 새 기관으로 빠짐없이 이어지는지, 종전 기관의 면허·지정 요건을 새 기관이 그대로 충족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개별 기관의 사업과 인허가를 세부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기관이 먼저 쟁점을 찾아 주무 부처와 협의해야 법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설립 근거 법률이 따로 없는 주식회사형 기관과 자회사는 상법상 합병 절차를 거치면 권리·의무가 포괄승계되지만, 개별 법령상 인허가가 넘어오는지는 법령마다 확인해야 한다. 전기사업법 제10조처럼 전기사업자인 법인의 합병 자체에 허가권자의 인가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부칙만으로 풀리지 않는 것들
첫째, 계약과 소송이다. 계약상 지위는 원칙적으로 포괄 승계되지만, 계약서가 합병·조직변경·지배구조 변경을 상대방 동의 사유나 해지·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정해뒀다면 그 조항이 해당 기관의 통합 방식에도 적용되는지 따져야 한다. 진행 중인 소송도 승계 대상이지만 소송수계 등 절차가 필요한지는 사건별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근로조건이다. 고용이 승계된다는 것과 근로조건이 통일된다는 것은 별개다. 취업규칙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 변경이 생기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집단적 동의가 필요할 수 있고, 동의 주체는 기관별 근로조건 체계와 변경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단체협약의 효력과 이후 교섭 구조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셋째, 법 통과 전까지의 과도기다. 이 기간에도 기관은 현행 법령과 규정에 따라 계약하고 채용해야 하지만, 그 결정이 통합 이후에 미칠 영향은 미리 점검해둬야 한다. 공공기관 통폐합에도 민간기업의 인수합병처럼 선제적인 법률 실사가 필요한 이유다.
통폐합 대상 기관이 해야 하는 3가지
첫째, 계약·인허가·소송·자산을 조사해 통합 과정에서 동의나 인가, 절차적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가려내는 법률 실사다.
둘째,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이 필요한 개별 법령과 통합 법률에 담겨야 할 승계·간주·특례 조항을 정리해 주무 부처와 협의한다.
셋째, 법률 실사와 병행해 회계·인사·노무의 통합 일정과 이행계획을 구체화한다.
정부 지침 넘어 기관도 움직여야
과거 통합 기관 가운데 출범 후에도 직급·임금체계의 일원화가 상당 기간 과제로 남은 사례가 있다. 통폐합의 방향은 정부가 제시했다. 하나의 조직으로 맞추는 준비는 기관이 지금 시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