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이 1호 사건으로 식품업체 담합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새로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 중점조사기획단이 1호 사건으로 식품업체 담합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47→1052"
"17→122"

위 숫자들은 공정거래 분야의 변화를 관통하는 직관적인 수치들이다. 647명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정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1052명이 되었다. 기존 정원 대비 약 63%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40명 규모의 중점조사기획단이 신설되었다. 조사에 필요한 공정위의 인프라가 전례 없이 늘어난 셈이다.

공정거래 "수사"의 환경 역시 극적으로 변화했다. 공정거래 사건을 주도했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수사 인력은 17명 수준이었다. 반면 새롭게 공정거래 수사를 맡게 된 서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반독점수사국의 정원은 122명이다. 인력 규모만 보더라도 수사의 빈도ㆍ강도가 크게 높아지리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바야흐로 대조사의 시대가 도래했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 따르면, 중점조사기획단은 '전국 단위의 소비자 피해 현안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일괄 조사를 진행하는 일종의 기동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민생밀접 독과점 부문'에 대한 신속한 조사ㆍ제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중점조사기획단의 신설은 이재명 정부 초반부터 공정위가 보여준 집행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 정부 공정위의 조사는 "사회적 파급력", "민생 밀접", "신속 투입"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볼 수 있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이 발생하면 여기에 빠르게 공정위가 투입된다. 택배사 하도급법 위반 조사, 밀가루ㆍ생리대ㆍ치킨 담합 조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개시된 중점조사기획단 1호 사건인 김치ㆍ두부 등 식품업계의 먹거리 담합 조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 또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현안"에 중점조사기획단이 신속하게 투입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② 최근 문제 된 두 건의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불복" 역시 "대조사의 시대"에 생각해 볼 만한 이슈이다. 하나는 "공정위의 조사 개시가 적법한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위의 조사 방법이 적법한지"에 관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아직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사건에서 문제 된 구체적인 쟁점보다는 당해 사건들이 공정위와 피조사기업에 미칠 수 있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우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월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사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조사기업들이) 조사를 피해 갈 여지를 없애겠다"라고 밝혔다. 조사 불복 사건이 적어도 공정위 내부적으로 조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피조사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 현장조사와 관련하여 고민해야 할 새로운 지점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간 현장조사의 개시 여부나 개별 조사 방법에 대한 법적 공방은 많지 않았다. 피조사기업은 공정위 조사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조사 대응 매뉴얼을 마련ㆍ정비하는 방식으로 대비해 왔다. 이제는 현장조사와 관련한 법적 불복 절차 역시 고려해야 할 선택지가 된 것이다.

③ 그간 전속고발제도(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 아래에서는 "공정위 조사→공정위 심의ㆍ고발→검찰 수사→검찰 기소” 프로세스가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사실 공소청ㆍ중수청 출범 이전부터 관찰된 흐름이기는 하다.

전분당ㆍ설탕ㆍ밀가루 담합, 석유화학 제품 담합, 정유사 담합 사건 등에서 공정위 심의ㆍ고발이 있기 전에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여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뒤 관련자들을 기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생 담합"을 둘러싼 공정위와 검찰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 수사 인력이 대폭 증원된 중수청 체제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강화되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수사권의 선제적 발동이 이루어질 분야 역시 "담합"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부당지원", "하도급법 위반"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공정거래 전 분야에서 공정위 조사ㆍ중수청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리스크에 적극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④ 담합 조사(수사)가 개시되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 바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 이슈이다. 그런데 형사 리니언시의 세부 운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형사 리니언시의 핵심은 ⅰ) 강제수사 면제와 ⅱ) 기소 면제인데,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 여부 결정은 공소청이 맡는 구조에서 누가 자진신고를 접수하고 누가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오행록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밀가루 부산물 가격담합 사건 심의 절차 개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행록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밀가루 부산물 가격담합 사건 심의 절차 개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러한 공백 상황은 자진신고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기존에 공정위 리니언시와 검찰(대검찰청) 리니언시로 이원화된 체제에서도 리니언시 요건 충족에 대한 공정위, 검찰의 판단이 엇갈려 자진신고자의 예측가능성 침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예측가능성의 문제가 리니언시에 공정위ㆍ중수청ㆍ공소청 모두가 관여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대조사의 시대에 기업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간 공정위 조사는 "이례적 변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인력이 늘어난 이상, 이제 조사는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의 "상수"에 가깝다. 기업은 이제 조사의 요건ㆍ 방식ㆍ한계 등을 철저히 학습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사를 받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공정거래 사건은 법리가 복잡해, 언뜻 문제가 있어 보이는 행위도 최종적으로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 위반"의 관점에서는 문제 될 만한 기업의 행위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공정위와 중수청이 "민생"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공정거래 이슈를 바라보는 사회적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이 행위가 법 위반인가"를 넘어 "이 행위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과제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은 공정거래 이슈를 단순히 법무 부서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거래 문제를 조직 전체의 아젠다로 끌어올려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조사 대비 역량을 축적하고,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행위로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집행의 강도가 높아질 대조사의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