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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부터 유튜브까지, 훼손된 명예 되찾는 법 [황우진의 글로벌 퍼스펙티브]
보도 당사자·공보관 경험으로 본 언론과 명예
정정·반론보도 청구는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유튜브·익명 댓글 피해도 증거 확보가 우선
정정·반론보도 청구는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유튜브·익명 댓글 피해도 증거 확보가 우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대응까지 염두에 두었다. 다행히 해당 언론사는 조정 과정에서 필자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해 반론보도를 게재했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객관적인 시각의 후속 보도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경험을 통해 부정확하거나 부정적 인상을 주는 보도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힐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하면서 언론을 다른 시각에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여의도를 관할하며 증권·금융 관련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청이다 보니 기자들의 취재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필자는 아무리 친분이 두터운 기자라도 전체 기자단에 공통으로 설명하기로 한 내용을 넘어서는 질문은 확인해 주지 않는 원칙을 지켰다. 처음에는 필자의 자물통 같은 태도에 기자들 사이에 불만스러운 기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자들도 모든 언론사를 균형 있게 대우하는 이러한 원칙을 이해해 주었다.
공보관 시절 가장 부담스러웠던 단어는 다름 아닌 '단독'이었다.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가 나오면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확인 전화가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날 아침, 수사 중이던 주요 사건의 주범이 체포됐다는 단독보도가 나오자 출근길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청 내 모든 부서에 거듭 확인해도 체포 사실은 없었다. 해당 단독보도가 오보라는 취지를 기자단에 공지하자 쉴 새 없이 울리던 전화벨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이후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기자들 역시 제한된 취재원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고, 다른 언론사의 단독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적지 않은 고충을 겪는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보도의 당사자로서 그 파장을 직접 경험하고, 공보관으로서 언론의 취재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변호사가 된 지금은 언론보도로 기업 경영에 큰 피해를 본 기업의 언론사 상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유튜버 또는 유튜브나 네이버 등 댓글 작성자들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등 다양한 형태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언론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일상화된 시대에 훼손된 명예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한·미 명예훼손 법제의 차이
미국의 법제는 상당히 다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1조의 영향은 강력하다. 연방 차원의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주에는 명예훼손 형사 처벌 규정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의 주는 주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다룬다. 미국에서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점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원칙적 항변이 가능하므로, 진실한 사실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발언자가 허위임을 알았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한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판결 이후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기조는 유지되었다. 보도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책임을 인정하면 정당한 비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기본 논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언론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라는 중요한 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정정보도는 언론의 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진실에 부합되게 고쳐서 보도하는 것이고, 반론보도는 언론의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와 대립하는 반박적 주장을 보도하는 제도다. 특히 언론중재법상 두 청구 모두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에는 엄격한 시한이 있다.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는 원칙적으로 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보도일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을 놓치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고의·과실과 위법성 등 불법행위 책임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언론중재법상 유리한 구제수단을 활용하려면 신속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명예훼손 피해, 신속한 구제가 관건
최근에는 전통적인 언론사 이외에 유튜버와 익명 댓글 작성자에 의한 명예훼손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극적 의혹을 제기해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올리는 행위는 개인과 기업의 평판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줄 수 있다. 개인 유튜버는 언론중재법상 언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형사고소, 민사상 손해배상, 게시물 삭제 등 다른 구제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익명 유튜버의 신원을 특정하려면 미국 구글 본사가 보유한 이용자 정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국 법원의 압수수색영장만으로 미국에서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어 구글 본사의 자료 확보를 위해 수사기관은 국제형사사법공조 등 다양한 국제적 증거확보 절차를 검토해야 하는데, 특히 악의적으로 기업 경영을 저해하거나, 반복적으로 개인을 스토킹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증거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명예훼손 피해를 보았을 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만이 아니다. 허위보도를 바로잡고, 반론을 전달하며, 훼손된 평판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에는 고객과 거래처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명예 사이에서 서로 다른 균형점을 선택했으나 정당한 비판은 보호하면서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는 같다.
언론보도 한 줄과 온라인 댓글 하나가 개인의 삶과 기업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시대다. 피해를 입었다면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거를 보존한 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손해배상과 형사고소 가운데 적절한 구제 수단을 신속히 선택해야 한다. 훼손된 명예를 되찾는 데에는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인만큼이나 법이 정한 시한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