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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시대에 안 잘릴 사람일까"...신간 <사라지는 일, 살아남는 사람>
변호사의 판례 검색, 의사의 영상 판독, 기자의 단순 보도처럼 패턴화된 업무는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를 해석하고 판단하며 업무를 조율하는 건 사람의 일로 남는다고 덧붙인다. 책은 "직업명이 아니라 업무 단위로 자신의 일을 들여다보고, AI가 대신할 일과 자신이 더 깊이 가져가야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미래에도 수요가 있는 일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보다 사회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령화다. 의료비 부담과 돌봄 인력 부족, 금융서비스와 주거도 다 이슈다.
안전과 데이터 윤리도 인간의 판단이 중요한 분야다. AI가 대출 심사나 채용을 맡게되면 알고리즘의 편향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아이의 이해 수준을 관찰하고 환자의 불안을 달래는 역할도 AI는 하기 어려운 분야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도 위험하다고 본다. 흥미로웠던 일이 반복적인 업무로 바뀌고 좋아하는 마음마저 사라질 수 있어서다. 그보다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3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3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가', '이 일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지속되는가'를 봐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잠시 유행으로 떠오른 것과 장기적으로 커나가는 시장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들여다봐야한다고 이어간다. 책은 그것이 왜 하필 지금 주목받는지 질문하라고 강조한다. 유행은 새로운 기술이나 가능성에서 시작되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장례 서비스가 사례로 제시된다. 단순히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사망자 증가, 디지털 유산에 대한 인식 변화, 비대면 서비스 선호 등이 결합해 나타난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의 참신함보다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해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AI 시대에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다. 저자는 AI가 발전할수록 문학과 역사, 철학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진다고 주장한다. AI는 의료 검사 결과를 분석해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를 연장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인지, 환자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는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인간의 삶에는 경험과 관계, 소중하게 여겨온 가치처럼 수치로 포착하기 어려운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문학이 이런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을 길러준다고 설명한다. AI가 내놓은 답에서 빠진 사람은 없는지, 반대편에서는 어떤 논리를 펼칠 수 있는지 되묻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책은 AI 시대에도 필요한 사람은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일자리를 구할 때도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경력은 소속된 집단의 목록이 아니라 해결한 문제의 기록"이라고 재정의한다. 회사 대리라고 할 때보다 100명 미만 스타트업 채용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할 때 경력이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