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점의 모습. 교보문고가 '북다' 브랜드로 출간한 <가공범>, <투명한 나선>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도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울 교보문고 광화점의 모습. 교보문고가 '북다' 브랜드로 출간한 <가공범>, <투명한 나선>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도 놓여 있다. /연합뉴스
올해 예스24 독자 투표에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 오른 소설가 청예의 신작이 다음 달 나온다. 제목은 <같은 여자끼리>. 출간을 맡은 곳은 다름 아닌 전자책 플랫폼 KT밀리의서재의 출판 브랜드 오리지널스다. KT밀리의서재는 지난달 ‘조예은월드’로 유명한 조예은 작가의 신작을 펴낸 데 이어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잇달아 종이책으로 내놓고 있다. 전자책 플랫폼이 단행본 출판사로서의 존재감을 부쩍 키우는 모습이다.

밀리의서재 출간 종수 확 늘어

27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전자책 플랫폼, 오프라인 서점 등으로 책을 유통하는 데 집중해 왔던 회사들이 종이책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국내 1위 서점업체인 교보문고도 자체 문학 출판 브랜드 ‘북다’를 통해 국내외 유명 작가의 눈에 띄는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나 작가가 만든 책과 전자책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KT밀리의서재는 2023년 오리지널스를 통해 첫 책을 내놓은 뒤 출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날까지 18종의 종이책을 냈다. 이재흔 작가와 한국신용데이터가 오프라인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 김훈종 작가가 동양철학을 다룬 <파도를 타는 사람>, 김대수 KAIST 교수의 뇌과학 교양서 <어텐션> 등 최근 출간된 책의 분야는 다양하다.

오리지널스는 청예 작가의 신작을 포함해 올해 총 22종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2023년 2종으로 시작해 2024년 3종, 작년 10권을 낸 데 비하면 출간 종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유수연 시인의 첫 번째 에세이 <사람을 들추면 사랑을 보입니다>와 범유진 작가의 소설 <첫사랑 혼밥식당>도 오리지널스를 통해 내달 출간될 예정이다.

KT밀리의서재가 이렇게 종이책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IP(지식재산) 활용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IP 확장을 염두에 두고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 조예은 작가의 신작도 원고 초반부를 전자책 플랫폼 서비스 ‘밀리로드’에 선공개해 독자 반응을 확인한 뒤 정식 종이책 출판이 이뤄졌다. 회사는 출판 이후에도 이 콘텐츠가 영상·오디오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저작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지향 KT밀리의서재 신사업본부 오리지널사업팀장은 “오리지널스를 통해 IP를 확보하면 한 작품을 전자책과 종이책은 물론 오디오북,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며 “이렇게 쌓인 IP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그 기반으로 신인 작가 발굴, 작가와 장기적 협업 등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다' 브랜드에 공들이는 교보

교보문고가 최근 종이책을 출간에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교보문고는 과거부터 ‘교보문고’라는 사명 브랜드로 종이책 출간을 해 왔다. 부쩍 힘을 주기 시작한 것은 브랜드 ‘북다’를 선보인 2023년부터다. 북다 브랜드를 통해 2023년 13종을 내놓은 이후 2024년 33종, 2025년 38종을 냈고 올해 들어서만 29종을 선보였다. 교보문고 브랜드로 낸 책을 합쳐도 2023년 34종서 2024년 51종, 작년 53종, 올해 들어 이날까지 39종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과거 교양서 출판에 집중해 온 교보문고는 북다를 출범시킨 뒤 문학과 에세이 등으로 장르 폭을 크게 넓혔다. 올해 초 북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학계 거장 김연수, 히라노 게이치로의 중단편 소설집 <근접한 세계>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최근 타계한 일본 추리소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후속작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다는 고인의 작품 가운데 2024년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2025년 <가공범>, 올해 <투명한 나선>을 선보인 데 이어 유작으로 알려진 <영원한 기억> 출간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출판계에선 유통 플랫폼의 직접 출판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매장 진열과 온라인 추천 등에서 자체 출판물이 우선 노출되면 다른 출판사가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