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국민보고회를 열어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녹색산업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10년간 1000조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제시한 국가 인공지능 전환(AX) 실행전략에 이어 GX를 새로운 국가산업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탈탄소 공정 전환과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 달성을 추진하고, 핵심 녹색산업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2030년까지 유망 기후테크 200곳을 집중 지원하고 녹색 전문인력 7만 명 양성, 공공조달 녹색제품 구매 비율 4% 상향 등 녹색산업의 초기 시장을 정부가 조성하고 지원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정책 추진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다. 문제는 재원의 효율적 투입과 정책 추진 속도다. 정부는 2035년까지 재정 200조원과 5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할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후금융의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에, 50% 이상은 지방에 우선 배정하는 원칙도 세웠다. 이런 기준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나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흘러들어가거나 정치적 지역 안배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녹색산업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투자가 정당화되고 검증 절차가 면제되는 시장왜곡 구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가변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급증에 따른 전력 계통 불안정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5년간 원전 가동을 강제로 줄여 입은 손실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 첨단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현실적 대안은 사실상 원전뿐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하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를 구축해야 한다. 명분과 구호에 앞서 비용과 효율을 꼼꼼히 따지는 녹색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