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불평등’은 줄었지만 ‘월임금 불평등’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시급은 올랐는데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4일 발간한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근로시간과 임금 불평등의 구조적 전환’에 따르면 월임금 하위 10%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08년 157.7시간에서 2023년 80.5시간으로 급감했다. 15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시간당 임금이 아무리 올라도 정작 손에 쥐는 월소득은 늘어날 수 없는 수준이다.

2008년 상위 10%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하위 10%의 9.5배였다. 2023년에는 6배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하위 10%의 8.9배이던 상위 10%의 평균 월급은 12.4배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임금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단축된다고 해도 월급·연봉제가 적용돼 거의 타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급제가 대부분인 저임금 근로자는 근로시간 감소가 곧장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계층별로 근로시간 단축의 타격이 다른 셈이다.

하위 10%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이 근로시간 축소로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그들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주 52시간제 역시 다르지 않다. 어제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 포럼에서 퇴임 후 첫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이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소득 하위 20%의 총급여는 줄고 고소득층 급여는 오히려 늘어났다. 노조 미가입자의 임금도 줄었다. 주 52시간제 부작용이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주 4.5일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주 52시간제처럼 생산성 향상은 없이 교섭력이 약한 저소득 근로자에게 소득 감소 충격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인 주 52시간제를 손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