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백학시장에서 야장 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백학시장에서 야장 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모텔촌 삼색 LED 조명이 '야외장사(야장)' 불빛에 쓸려나갔다. 야장 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안마방도 간판을 내렸다. '불륜 성지'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뒷골목은 청년들의 '핫플'이자 야간경제를 상징하는 대표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거리를 찾아 "모범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서울 중랑구 상봉먹자골목은 야장을 계기로 '천지개벽'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아이들에겐 "피해서 다녀라"라며 당부했던 골목이 "오늘 한 잔 하자"면서 모여드는 거리가 될 수 있었던 덴 '야장'이 결정적이었다. 야장이 서울 도심 상권 지형을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상봉 야장, 34배 '급증'…서울시도 7배 '쑥'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차거리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차거리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6일 한경닷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사이 서울 상봉동에서 옥외영업 신고를 한 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업소 수는 34배 증가했다. 야장 등 옥외영업 현황을 연도별 행정동 단위로 영업 형태에 따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엔 옥외영업 신고 업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1~2022년엔 각각 2곳이, 2023년엔 4곳이 옥외영업 신고를 마쳤다. 상봉먹자골목이 야장거리로 본격화한 시기는 2024년. 이때 총 56곳이 옥외영업을 이어갔다. 지난해엔 68곳으로 늘었고 올해(8월 기준)도 같았다. 서울 중랑구가 2023년 5월 야장 합법화를 통해 거둔 성과다. 당시 전신주 지하화·보도 확장도 이뤄졌다.

야장이 늘어난 건 상봉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전역으로 야장은 증가했다. 지난 8월 기준 옥외영업 업소는 1633곳. 2021년(229곳)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425곳, 2023년 710곳, 2024년 1096곳, 지난해 1407곳에 달했다.

행정동별로 보면 상봉동 외에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종로1·2·3·4가동에서 옥외영업이 대폭 늘었다. 마곡동 옥외영업 업소 수는 2021년 3곳에서 지난 8월 기준 145곳으로 뛰었다. 종로1·2·3·4가동은 이 기간 115곳을 나타내 95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늘어난 야장 대다수는 기존 업소들이 판을 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옥외영업 신규·추가 건수(349건) 중 98%(342건)는 기존 업소가 옥외영업장을 추가한 경우였다.

매출 증가, 증가, 증가…종업원도 더 뽑아

야장은 상인들에게 '금맥'이었다. 상봉 상인들은 야장의 계절인 봄·가을에 들어서면 매출이 적게는 20~30%, 많게는 2배 이상 뛴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상봉먹자골목에 처음 문을 연 한 30대 횟집 사장은 "4~10월에 야장 영업이 가능한데 야장을 운영할 때 손님이 1.5배, 매출이 1.3배 더 나온다"고 말했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보다는 가을에 손님이 특히 더 몰린다. 한 주꾸미집 매니저 노주빈(23)씨는 "꽃가루 탓에 8~10월에 야장 손님이 더 많다"며 "봄엔 야장 테이블을 2개 깔고 8~10월엔 6개를 까는데 야장 회전율이 좋다"고 귀띔했다. 한 곱창집 50대 사장은 "야장에 12개 테이블을 깔고 도로점용허가비로 150만~190만원 정도를 낸다. 야장을 못할 땐 하루 2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지만 가을엔 450만원 수준"라고 했다.

야장은 지역 상관없이 '돈 되는 장사'로 통했다. 서울연구원은 2024년 8월 보고서를 통해 2023년 기준 옥외영업 전후 매출이 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방문객은 같은 기간 옥외영업을 전후로 8.2% 늘어난 것으로 봤다.

구인 공고도 늘었다. 종로3가역 포차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야장 거리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가 되면서 아르바이트 구인공고가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야간 시간대 단기알바를 찾는 사업주들이 늘었다. 단기알바 애플리케이션(앱) 급구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서울 종로구 내 외식업종 단기알바 구인글 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58.4% 증가했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시간대 단기알바를 찾는 구인글은 190% 증가했다.

"150팀씩 웨이팅"…야장 화제성 '지속'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차거리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차거리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야장 열풍에 힘을 보탰다. SNS상에서 유명세를 탄 이후 거리 풍경 자체가 바뀐 야장 명소도 적지 않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사거리를 기점으로 성북천을 따라 형성된 야장 거리는 최근 3~4년 사이 봄·가을에 몰리는 인원이 급증했다.

성북천의 경우 천변을 따라 피는 벚꽃 덕에 봄에도 가을만큼 사람이 몰린다. 실제 한 고깃집은 지난 4월 '벚꽃 성수기' 당시 웨이팅이 150팀을 넘길 정도였다. 성북천 야장 거리의 한 식당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주민들이 찾는 곳이었고 야장에 사람이 몰리기도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벚꽃 야장으로 유명해지면서 젊은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야장을 향한 관심은 1년 전보다도 대폭 늘었다. 뉴엔AI의 인공지능(AI) 트렌드 분석 플랫폼 '퀘타아이(Quettai)'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6일부터 전날까지 온라인(뉴스·블로그·커뮤니티·카페·SNS·유튜브·지식인 등)상에서 '야장'이 언급된 건수는 약 5만980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긍정적 언급량은 87.8%로 부정(3.2%)·중립(9.1%)적 언급량을 한참 웃돌았다. 야장 상위 연관어로는 '맛집', '서울', '술집' 등이 딸려 나왔다. 긍정적 평가어로는 '좋다', '맛있다', '맛집', '즐기다', '시원하다' 등이 언급됐다.

"손님 덜 왔으면…" 행복한 비명


야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기업들도 이에 올라타는 추세다. 캐치테이블은 최근 '야장 지도'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1~8월 야장 관련 예약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배 늘어난 데다 웨이팅 건수도 2.4배 증가하자 이를 겨냥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에그토스트랩이 선보인 '야장맵'도 화제가 됐다. 이 앱은 출시 직후 입소문을 타 1주 만에 3만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야장 상권을 지원하는 '달빛야장' 사업 최종 대상지 총 6곳을 선정했다. 이들 지역엔 2028년까지 상권당 최대 20억원이 지원된다. 보행로·가로등·폐쇄회로(CC)TV·화장실·쓰레기 처리시설 등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지자체가 야장을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지원하면서 '행복한 비명'이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백학시장에서 열린 '야장 축제' 당시 한 호프집에서 일하고 있던 20대 청년은 "엄마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는데 이 정도로 손님이 많을 줄 몰랐다. 이젠 그만 오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박수빈/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