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의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의정비 인상에 나서고 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유례없는 세수 감소와 재원 부족으로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대구·울산·청주 등 잇따라 인상

지방의회 마이웨이…의정비 '묻지마 인상'
7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청주시의회를 비롯한 충북 주요 시군 지방의회는 내년부터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의회 의정비는 크게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로 분류된다.

청주시는 시의원의 월정수당 7% 인상안을 마련해 시민 여론조사를 하기로 했다. 앞서 시의회는 월정수당을 역대 최고 수준인 14.1% 인상해 달라는 의견을 청주시의정비심의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의위는 일단 인상률을 하향 조정했지만 7%만 올라도 시의원 1인당 의정비는 연간 5627만원(의정활동비 포함)으로 250만3000원 늘어난다.

괴산군은 군의원들의 월정수당을 18% 인상하기로 하고 오는 23일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연다. 잠정 인상률이 확정되면 군의원 1명이 받는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1800만원을 포함해 총 4481만8800원으로 올해(4072만7760원)보다 10% 늘어난다. 올해 기준 공무원 보수 인상률(3.5%)과 비교하면 약 세 배 수준이다.

대구와 울산 등 각 기초의회에서도 내년도 의정비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법상 의정 활동비는 광역은 월 200만원, 기초의회는 150만원을 이미 지급하고 있다. 대구 군위군의회는 18% 인상된 207만원으로, 달서구의회는 12.3% 오른 281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울산 동구의회 의원들의 내년도 월정수당은 15% 오른다. 1인당 연간 2982만원에서 3429만원으로 상향된다. 의정활동비를 더한 연간 의정비는 1인당 4782만원에서 5229만원으로 늘어난다.

◇ 의정활동 실적평가는 제대로 안돼

급격한 세수 감소를 겪고 있는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의정비 인상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월정수당을 인상할 때 의정활동 실적으로 고려해 평가해야한다”며 “올해 6월 새로 당선된 의원들은 평가할 근거가 없는데도 주먹구구식으로 인상폭이 결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방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군의 경우 복지와 민생, 지역경제 활성화 등 써야 할 곳은 많고 재정 여건은 갈수록 빠듯한데도 의정비가 대폭 인상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의 몫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의회는 해외출장으로도 논란에 휩싸였다. 청주시의회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와 꽝닌시 등을 방문하는 공무국외출장을 추진한다. 총 25명 출장에 3100만원가량이 경비로 쓰인다. 청주시의회는 지난 8월 올해 공무국외출장을 전면 취소하고 관련 예산 1억6800만원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출장 취소를 약속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해외출장을 가겠다는 것은 시민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는 이번 일정은 공식 국제교류 출장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구시의회는 지난 8월 12일 해외연수를 전격 취소했다. 하중환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상임위원장은 동의를 거쳐 일정 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편성한 공무국외출장 예산 1억2870만 원은 반납할 예정이다.

청주=강태우/울산=하인식/대구=오경묵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