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여긴 조선의 농본사회에서 땅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었다. 먹고사는 터전이자 부와 신분의 기반이었다. 땅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이 유독 뿌리 깊은 배경이다.

[천자칼럼] 경자유전(耕者有田)
1949년 ‘유상매수, 유상분배’ 방식의 농지개혁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고질적 사회문제가 된 지주·소작 관계를 해체하고 자작농 시대를 연 대전환이었다. 그 정신은 헌법에 남았다. 헌법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을 헌법 가치로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농지개혁 후 77년, 농촌은 딴 세상이 됐다. 1970년 농가인구는 144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5.9%였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00만 명 선마저 무너져 전체 인구의 3.8%로 떨어졌다. 고령화와 이농, 상속으로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달라지는 일도 흔해졌다. 전업농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다.

이 상황에서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농지법이 오히려 농촌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개정 농지법은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을 의무화했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존 농지법에 따라 땅값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물 수 있다. 정부가 전국 1013만 필지를 조사한 결과 27%가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불법 임대차 의심만 21%였다.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칼을 빼 들었지만, 자식들은 떠나고 70~80대 어르신만 남은 농촌에 강제 처분 명령과 이행강제금 경고장이 날아들자 농가는 혼란에 휩싸였다. 농지법이 농촌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정치권이 뒤늦게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헌법도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한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인정(제121조 2항)한다. 농지의 ‘직접 소유’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활용’이 이뤄지도록 경자유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