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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임대료 몸살' 서촌과 북촌
안평대군과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았다는 인왕산 자락 수성동 계곡까지 가다 보면 옛 물길의 흔적과 오래된 골목길, 여러 시대의 주거 건축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 관사와 친일파 이완용 윤덕영 등의 저택이 이곳에 들어서기도 했다.
북촌은 율곡로 위쪽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로 지금의 가회동 안국동 재동 삼청동 등을 포괄하는 지역이다. 왕실 종친은 물론 한양에 자리 잡은 사대부를 뜻하는 경화세족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정조 13년인 1789년 발간된 <호구총수>를 보면 현재의 북촌 한옥마을에는 인구 8515명에 1805채의 집이 있었다. 한옥 보존 정책 덕분에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남아 있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일부 지역은 오후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야간 방문을 제한할 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많다.
청계천 일대 중촌과 남산 아래 남촌도 있었다. 지금의 회현동 일대인 남촌에는 일부 사대부와 가난한 선비, 하급 관리가 어울려 살았다. 중촌은 의관과 역관 등 중인이 주로 거주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서촌과 북촌의 예스러움을 지켜온 작은 가게와 독립서점, 공방이 치솟는 임대료 탓에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자리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패션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급속한 상업화 물결에 밀려 ‘서촌답고 북촌다운’ 모습이 자취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랜드 매장의 진입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더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상권을 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서촌과 북촌이 또 다른 명동이나 청담동이 될 필요도 없다. 궁궐과 한옥, 예스러운 작은 가게가 간직한 서촌·북촌의 매력은 매력대로 지키면서 상권도 키울 방도를 찾았으면 한다.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