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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위스키 호수
위스키는 15세기께 이슬람 증류 기술이 스코틀랜드 지역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키라는 단어는 ‘생명의 물’을 뜻하는 게일어 ‘우이스케 베아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료에 따라 맥아(발아시킨 보리 낟알) 한 가지만 사용한 몰트, 옥수수·밀 등으로 만든 그레인,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블렌디드 위스키로 구분된다. 통상 원액 숙성 기간에 따라 8년 이상 스탠더드, 12년 이상 프리미엄, 15년 이상 슈퍼프리미엄급으로 나뉜다.
위스키를 만드는 데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핵심 원료인 맥아 관리부터 쉽지 않다. 수십 년간 하루 네 번씩 삽으로 맥아를 뒤집어 건조하는 업무를 반복한 탓에 등이 굽어 ‘몽키숄더(원숭이 어깨)’라고 불리는 이들도 나왔다. 위스키 특유의 호박 빛깔과 향기도 위스키를 보관하는 오크통의 나무 진액과 통에 흡수된 와인의 향취가 우러난 긴 시간의 산물이다.
만드는 데 오래 걸리다 보니 위스키는 수요와 공급 모두에 비탄력적인 상품이 됐다. 사람들이 한창 찾을 때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9년 소더비 ‘얼티미트 위스키 컬렉션’ 경매에선 1926년산 맥캘란 위스키 한 병이 190만달러(약 25억원)에 낙찰됐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정점에 달했던 위스키 수요가 급감하면서 글로벌 위스키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소식이다. 지난 10년간 대폭 늘어난 생산량이 시장에서 제대로 소진되지 않아 대규모 재고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오크통에 담겨 숙성 중인 위스키가 10년 전 4억L에서 최근 14억L(750mL 위스키 14억 병 분량)로 급증하면서 거대한 ‘위스키호수(whisky loch)’가 됐다는 평까지 나온다. 넘쳐나는 술로 흥청망청하기는커녕 주류업계의 한숨 소리만 커지는 모습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