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가 여전히 대면 회의에 참석하는 이유
비즈니스 콘퍼런스나 해외 회의 일정이 잡힐 때마다 직원들은 매번 같은 질문을 한다. “꼭 직접 가셔야 하나요?” 그렇게 물을 만도 하다. 우리에게는 줌과 팀즈, 왓츠앱이 있고,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있다. 요즘 세상에 사무실이나 집을 떠나지 않고도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대답은 늘 같다. “네, 가야 합니다.” 다음달 나는 애들레이드에 간다. 서울에 기반을 둔 한·호 경제협력위원회와 멜버른에 기반을 둔 호·한 경제협력위원회가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는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주제는 ‘변화하는 세계 속 신뢰받는 파트너’다. 회의 프로그램만 보면 몇 차례의 화상회의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행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여러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대개 무대 위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대화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다음 세션장으로 함께 이동할 때, 저녁 식사 자리에서 준비된 발언을 내려놓고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 바로 그런 순간에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날, 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 신뢰가 갈수록 귀한 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불과 몇 년 전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전쟁과 무역 갈등, 공급망 혼란, AI의 부상, 탈탄소화 경쟁은 국가와 기업 모두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국과 호주의 파트너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두 나라는 놀라울 만큼 서로 잘 맞는다. 호주는 자원과 에너지, 식량, 교육, 연구 분야에 강하고, 한국은 제조업과 기술, 배터리, 조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다. 양국은 이제 서로의 잠재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합동회의에서도 이 같은 협력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핵심 광물과 재생에너지, 배터리 소재, 철강, AI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언뜻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주제처럼 들리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다. 신뢰할 수 있는 두 나라가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함께 성장하고 번영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번 회의에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이자 호·한 경제협력위원회의 당연직 이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나는 두 역할을 수행하며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관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없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고, 약속을 지키며,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라난다. 계약은 대개 그 다음에 따라온다. 이처럼 편리한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내가 여전히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은 악수나 목례를 나눈 뒤, 얼굴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더 잘 풀리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