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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2030년 어느 화요일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나는 가볍게 “좋아.”라고 답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에 들른 카페에는 내 이름이 적힌 커피가 이미 준비돼 있다. 커피를 들고 문을 나서자 결제가 완료됐다는 알림이 울린다. 회의를 마친 뒤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다.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각자가 먹은 만큼의 식사값이 자동으로 정산된다. “계좌번호 보내줘”라는 말도, 더치페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풍경도 어느새 사라졌다.
오후에는 AI가 다른 AI에게 일을 맡긴다. 회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AI와 번역 AI를 연결하고, 작업이 끝나자 비용도 자동으로 정산한다. 나는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새롭게 구독하고, 사용량이 줄어든 서비스는 자동으로 해지한다. 비용이 더 저렴한 서비스가 나오면 스스로 갈아타고, 절약한 금액까지 알려준다. 퇴근길, 자동차가 남은 배터리와 내일 일정을 확인해 필요한 만큼 충전하고 알아서 결제한다. 내가 하는 일은 목적지를 정하는 것뿐이다.
잠들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돈은 참 많이 썼는데, 정작 내가 직접 결제한 기억은 없네.’ 예약도, 구매도, 정산도 어느새 AI가 대신하고 있다. 돈은 여전히 내 것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결제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변화다.
기술을 설명하는 말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기술보다 달라진 일상을 먼저 기억한다. 좋은 금융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우리는 그 편리함만 기억한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대신할 것이다. 여행을 예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구독하고, 일정과 예산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실행할 것이다. 여러 서비스를 오가며 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적절한 순간에 결제까지 마치는 일도 자연스러운 역할이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 AI를 믿고 맡길지 결정하는 일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그 선택이 현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금융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AI가 대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더라도 사람은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금융.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 금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한때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가 당연하던 것처럼, 언젠가 화면 속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일도 추억이 될지 모른다. 그날 우리는 기술의 이름보다, 일상이 조금 더 편리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날은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2030년 어느 평범한 화요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