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후와 인구의 상관관계
체질상 나는 더위보다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는 점점 여름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겨울에는 따뜻한 옷과 손난로 등 추위를 극복할 아이템이 많아서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더위는 정말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에어컨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에어컨을 켤수록 지구 온도 상승에 일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심각한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여름은 해마다 더워지고 폭염 중대경보가 연일 발효되는 상황에서 지구인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진다.

심각한 기후 위기는 우리 생활을 바꾸고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그중에서도 기후위기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는 생식건강을 저하시켜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미국에서 1931년부터 8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가 발생하면 이후 8~10개월 후의 출생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유럽에서는 지구 환경 위기에 대한 우려가 심리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결혼 건수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혼 성수기인 5월에 비해 비성수기인 7, 8월은 결혼 건수가 약 14~18% 가량 줄어든다. 아마 기온이 더 상승하게 되면 여름 결혼은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기후위기와 인구 문제에 관련한 논쟁적인 주장이 있다. 탄소배출 증가 등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상 인구가 오히려 더 감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환경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맬서스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것이다. 현재 기후위기는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들이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한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선진국 탄소배출률이 인구밀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보다 높은 실정이다.

향후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이 요구되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구조 전환, 기후위기 대응 방재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라도 적정한 규모의 인구가 유지돼야 한다. 아울러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출산율 제고가 필요하다. 초고령화사회에서 저출생은 인구구조 측면에서 생산연령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중을 높여 기후 위기 대응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저출생 현상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출산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를 늦추는 노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선순환하게 되면 기후위기 대응과 인구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오후,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우리의 인구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지구인으로서 사명감에 일단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맞추고 ‘생활속 지구 지키기’ 실천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