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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법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질 때까지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처음에는 좋은 법을 만들면 현장의 어려움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법이 통과되는 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까웠다. 법이 제정됐다고 제도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 닿기까지 예산도 필요하고 사람도 필요했다. 예상하지 못한 빈틈도 생겼다.
교권보호 제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됐고 지금까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됐다. 분명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고 한 통이면 교사는 교육자에서 아동학대 의심을 받는 당사자가 된다. 자신이 한 지도가 교육적으로 왜 필요했고, 왜 정당했는지를 수사기관 앞에서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제출한 아동학대 신고는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52건에 달했다. 그중 상당수는 결국 무혐의로 끝났다. 모든 신고가 악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사들이 여전히 수사에 대한 큰 부담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디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보호받는 정도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 어떤 교육활동보호센터에는 상주 변호사가 있지만 어떤 지역에는 한 명도 없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의 지원 방식과 범위도 시도마다 차이가 난다. 같은 일을 하는 교사라면 어느 지역에 있든 비슷한 수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7월 ‘국가책임 교원보호법’을 발의한 것도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다시 들여다보다 찾은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조사와 수사가 시작되는 초기부터 교사가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시도교육청별 보호체계를 점검해 격차를 줄여가자는 취지다. 새로운 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법을 만들고 난 뒤에는 다시 현장을 봐야 한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유를 찾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일도 필요하다. 요즘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이 든다. 기쁘지만 동시에 ‘이제부터 잘 작동하는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우수의원상의 의미도 달리 보인다. 잘했다는 상이라기보다 끝까지 살펴보라는 당부에 가까운 것 같다. 이쯤 되면 상을 받은 것인지 숙제를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