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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뜨거운 여름, 여러 안부를 묻다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
지난 연말 문을 연 복지돌봄재단 팀장에게 얼마 전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때 들은 두 어르신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80대 남성 어르신은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홀로 살고 계신다. 치매와 당뇨를 앓고 있지만 약을 제때 챙겨 드시지 못했고, 에어컨은 있어도 관리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여러 손길이 하나둘 이어졌다.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에어컨부터 손을 봤다. 약사가 집을 찾아 복약 상담을 했고, 의사와 간호사, 운동사로 이뤄진 의료팀도 힘을 보탰다. 시원한 여름 이불과 김치도 그 곁에 놓였다.
에어컨과 약, 이불과 김치. 얼핏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은 모두 이어져 있다. 더위를 식히고, 아픈 몸을 돌보고, 끼니를 챙기고, 편안한 잠을 청하는 일. 그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어르신의 여름을 지켜낸다.
또 한 분은 90대 여성 어르신이다. 입원 치료 뒤 요양시설이 아니라 정든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아흔을 넘긴 분에게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닐 것이다. 손때 묻은 살림과 익숙한 풍경, 살아온 시간이 켜켜이 내려앉은 삶의 터전이었으리라.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그곳에서 다시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다. 방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화장실 손잡이도 어르신의 몸에 맞게 고쳤다. 손발톱 무좀을 살피고 위생 관리도 도왔다.
하나하나는 작은 변화다. 하지만 어르신이 되찾은 일상은 작지 않다. 내 발로 일어서고, 내 힘으로 화장실에 가고, 정든 집에서 다시 아침을 맞는 기쁨이다. “정든 내 집에서 다시 웃으며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서초에서 두 번째 인생을 선물 받았다.” 그 말씀이 귓가에 오래 맴돈다. 주민의 삶을 살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마저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제대로’ 돌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보건의료, 건강, 요양, 돌봄, 주거. 행정에서는 분야를 나누지만, 우리의 삶은 칸막이가 없다. 약과 밥, 잠자리와 화장실, 몸의 건강과 집의 안전이 모두 한 사람의 하루에 있기 때문이다. 통합돌봄은 흩어진 서비스를 한데 모으는 행정의 기술이기 전에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바라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폭염에는 평소의 작은 불편도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그 손길이 더욱 절실해진다.
뜨거운 여름은 언젠가 물러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안부를 살피는 일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 조금 먼저 살피고, 조금 먼저 문을 두드리고, 필요한 순간에 이웃과 함께 조용히 손 내미는 것. 계절의 온도는 오르내려도, 사람을 향한 돌봄의 온도만큼은 ‘하나 되어’ 오래도록 따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