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그제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전력 인버터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FCC는 공개 결정문에서 “첨단 로봇의 네트워크 연결 기능은 광범위한 안보 취약성과 공격 경로를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형식적으로는 모든 외국산 제품에 적용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무역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다. 관세 전쟁과 반도체·희토류 수출 통제에 이어 로봇과 전력 인프라 분야로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첨단 로봇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전력 인버터 시장에서도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지난달 국방수권법(NDAA)을 근거로 중국 최대 로봇기업 유니트리를 ‘중국군 연계 의심기업’으로 지정하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인 로봇 산업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종속되면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든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미국이 로봇 분야의 새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미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AI 반도체와 배터리, 액추에이터(구동기) 등 로봇 핵심 부품 분야의 제조 역량까지 결합한다면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피지컬 AI는 반도체에 이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전략 산업으로 꼽힌다. 개별 기업 중심의 경쟁 전략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 조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빈틈을 파고들어 기술력은 물론 보안성과 안정성까지 갖춘 공급망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