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재산분할액(665억원)의 14배에 달하지만 2심(1조3808억원)과 비교하면 4368억원 깎인 금액이다.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가사와 양육 등으로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주식 가액 산정 기준일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항소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다만 변론종결일 당시 16만원(종가 기준)이던 SK㈜ 주가가 올 들어 80만원대까지 급등한 사정을 고려해 노 관장 몫을 산정했다.
서울고법, 665억→1.3조→9440억으로 조정 하루 1.3억씩 年 5% 지연이자…崔 대법원 재상고 가능성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공동 재산으로 인정했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주회사인 SK 주가도 동반 상승한 점을 감안해 재산분할액을 산정했다.
◇노소영 재산 비율은 3분의 1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 활동이 (SK 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SK 주식이 최 회장 경영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을 고려해 현금 지급을 명령했다.
SK 주식 분할 여부는 두 사람의 분쟁에서 주요 쟁점이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최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과 예금, 계열사 주식 일부 등만을 공동 재산으로 인정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665억원이라고 판단했다. 2024년 5월 항소심은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면서 노 관장 몫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3분의 1로 정했다. 항소심 판단(35%)보다 소폭 줄였다. 작년 10월 대법원이 ‘노태우 비자금’을 노 관장 측 기여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취지를 반영해서다. 항소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 SK그룹에 건넨 300억원이 SK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노 관장의 높은 기여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령 비자금이 전달됐더라도 불법 자금인 만큼 노 관장 기여도를 따질 때 고려사항이 아니다”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또한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 과정에서 친인척 등에게 증여·처분한 주식은 이번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단계에서 약 4조원으로 인정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 재산은 이번엔 3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SK 주가 상승도 고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은 만약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더라도 주가 평가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혼 소송 ‘사실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액수가 정해진다. 그런데 무엇을 ‘사실심’으로 봐야 하느냐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였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노 관장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달 26일을 기준 시점으로 주장했다.
이는 최근 SK 주가가 급등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24년 4월 16일 기준 SK 주식 종가는 16만원이었는데, 지난달 26일엔 다섯 배 수준인 81만원으로 뛰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선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2024년 4월 16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지급을 완료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도 내라고 명했다. 이는 연 472억원, 하루 1억3000만원 수준이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현금과 부동산 등 가용 자산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회장이나 노 관장 중 어느 한쪽이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최 회장은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